지난해 대구에서만 연인원 13만명의 학생들이 이용했던 공부방. 독서실로, 놀이방으로, 그리고 무료 과외방으로 사랑을 받았던 곳이지만 벌써 18곳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대구뿐 아니라 올해부터 지방 공부방(서울은 원래 시에서 지원)에 대한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전국 368개 공부방 중 현재까지 23%(86개) 가량이 폐쇄됐다.
16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국비 지원이 끊긴 368개 공부방 중에서 270개 가량은 지자체 예산을 일부 확보해 계속 운영될 수 있고, 7곳은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했으며, 5곳은 상반기 중 전환할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86곳은 운영자가 자비를 들여야 유지할 수 있어 상당수가 폐쇄됐거나 폐쇄 위기에 처해 있다.
청소년공부방은 따로 자기 방을 갖지 못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독서실 역할을 하고, 자원봉사자가 공부를 도와줘 방과 후에 학원 등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겐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다.
정부도 지난해까지 청소년활동 지원 명목으로 예산을 책정해왔고, 국비와 지자체 예산을 합쳐 공부방 한 곳당 한해 2,000만원 가량의 운영비로 지원됐다. 그러나 올해 공부방을 성격이 비슷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한다는 이유로 예산(28억9,900만원)을 전액 삭감해 공부방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문제는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된 공부방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여파로 비교적 열악한 형편의 공부방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시설의 하나인 지역아동센터도 운영자가 아동 및 중ㆍ고생을 대상으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는 법에 따라 82.5㎡이상의 면적과 조리실ㆍ식당ㆍ집단지도실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자격증이 있는 사회복지사도 고용해야 한다(표 참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공부방들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시설은 다소 열악하지만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있어 아이들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었던 상당수 공부방들이 고사 위기로 몰린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한다고 해도 이미 올해 예산은 받을 수 없고, 내년 예산지원도 불투명하다. 복지부는 매년 지역아동센터를 평가해 이들 중 90%에 지원금을 주는데,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돼 있고 내년 예산할당에 따라 지원여부가 달라진다.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는 주무부처도 각각 여성부와 복지부로 달라 정책의 엇박자도 나고 있다. 공부방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지역아동센터 예산을 관장하는 복지부에 "공부방에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한 시설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기존 센터와 형평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공부방 실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 정책을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과도기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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