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 한동우 내정]발탁 배경은- 내부사정 가장 밝고 재일동포 주주들과 관계 원만정통 신한맨- 영업·기획력 갖춘 지장… 라응찬 흔적 지우기 과제
역시 기준은 '안정'이었다.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으로 내부출신인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선택한 것은 결국 '튀는 개혁가' 보다는 '조용한 관리자'에 더 무게를 뒀음을 의미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장 선임 과정이 라응찬 전 지주회장과 신상훈 전 지주사장의 대리전으로 비춰지면서 이사들 모두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결국 조직안정 차원에서 신한을 잘 알고 재일교포 주주들과도 관계가 원만한 사람을 찾다 보니 한 전 부회장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동우는 누구?
28년간 신한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신한맨.' 부산출생으로 부산고-서울대(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 입행, 82년 창립멤버로 신한은행에 합류했다. 80년대 행가(行歌)와 슬로건 등 지금의 신한의 문화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 '신한 DNA의 기초를 설계한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원만한 성격으로 상하좌우 적이 없고, 기획력과 영업력에 능하다는 평가다.
한때 신상훈 전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과 함께 '신한 4룡'으로 불리며 라응찬 회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CEO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한때 4명 중에서 승진이 가장 빠를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후배인 신 전 사장이 신한은행장에 전격 발탁돼 차기 주자로 확정되면서 그는 결국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비켜야 했다.
왜 발탁했나.
사실 라 전 회장이 물러나고 특별위원회가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한 내정자는 유력 후보군과는 거리가 멀었다. 1차 후보군이 압축될 때만 해도 물망에 오른 인물은 류시열 현 회장(직무대행)과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그리고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 등이었으며 판세는 류 전 회장과 한 의장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류 회장이 지난 9일 차기 회장직을 고사하고, 한 의장이 과거 법 위반 전력이 부각되면서 '한동우 카드'는 급부상했다. 4명의 후보군에 포함된 김병주 교수는 70대의 고령이란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했고, 내부출신인 최영휘 전 지주사장은 과거 라 전 회장 및 재일동포 주주들과 경영노선을 놓고 각을 세우다 사실상 '쫓겨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은 남은 인사는 한동우 내정자뿐 이었다. 신한지주의 한 소식통은 "확실히 부각되는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인선작업은 최고의 인물을 고르기 보다는 결점이 적은 인물을 찾는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택수 의장을 지지하던 재일동포 사외이사 중 한 명이 한동우 내정자 쪽으로 돌아서면서 의외로 표결이 빨리 끝났다"고 전했다.
핸디캡은 없나
일각에선 그를 '라응찬 사람'으로 보고 있다.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을 맡았을 때 그는 2인자인 전무를 지냈다. 라 전 회장에 등을 돌렸던 재일동포 주주들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당초 한 내정자에 대해 반대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이 진정 새 출발을 하려면 '라응찬 흔적'을 빨리 지워내야 하는데, 과연 한 내정자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이날 심층 면접에서 자신이 '친라(親羅) 인사'가 아닌 '중립 인사'라는 점을 장시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의 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그 시절 신한 출신 인사들 가운데 '라응찬맨'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경험이 많은 분이고 조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뭔지 아는 분인 만큼 밖에서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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