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시신이 12년 동안 방 안 상자 속에 방치돼 있다 딸에 의해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2일 용산구 후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단칸방에 사는 이모(19)양이 방 안에 있던 상자 속에서 이불과 비닐로 싸인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양은 경찰에서 “월세를 못 내 이사를 가려고 남자친구와 함께 짐을 싸는데 책상 밑에 있던 무거운 박스를 열어보니 시신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흰색 비닐로 10겹 이상 둘러싸인 채 가로ㆍ세로 50㎝, 높이 1m 크기의 종이상자 안에 있었고, 얼굴 부위에는 흉기에 한 차례 찔린 흔적이 관찰됐다.
경찰은 시신에 대한 유전자감식 결과 이 여성이 이양의 어머니 윤모(50)씨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양은 1999년 2월 아버지 이모(50)씨와 함께 이 집으로 이사 왔고 이씨는 3년을 같이 살다 집을 나갔다. 이 후 한 달에 한두 번씩 찾아와 월세를 지불했지만 최근에는 행적이 끊겨 이양은 월세를 못 낸 상태였다.
경찰은 이양이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12년 전 이곳에 이사 올 때부터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으며, 이사 오기 전 아버지가 시신이 들어있던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씨를 윤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1999년 2월 이전 윤씨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사망 시점과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신을 비닐과 이불 등으로 워낙 꽁꽁 싼 탓에 냄새가 나지 않아 이양이 그 동안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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