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피(님비) 시설을 둘러싼 서울시와 고양시의 '벼랑 끝 치킨게임'(한국일보 14일자 6면)이 파주ㆍ남양주시 등으로 번져갈 조짐이다. 문제가 된 시설은 서울시가 운영하지만 경기도 지역에 있는 것들이어서 일상적인 사례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운영 주체인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대화를 이끌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문제가 표면화한 것은 고양시가 난지 물재생센터(서울시 운영)의 미신고ㆍ무허가 시설에 대해 강제철거(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 받아 내달 10일 이후 집행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는 하루 100만 톤의 생활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돼 환경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1986년부터 합법적으로 설치된 시설이며 현재 진행 중인 하수고도처리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강제철거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동안 고양시 측은 서울시ㆍ경기도ㆍ고양시의 3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의했고, 어제로 예정됐던 강제집행도 연기하면서 대화를 촉구해 왔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익성을 갖춘 시설이므로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서울과 고양시는 주변여건이 달라 새로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앞세우며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내달 강제집행 결행을 통보 받고서야 공동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니 시설운영의 주체로서 무성의한 태도이며 대화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고양ㆍ파주ㆍ남양주시 등 경기도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사(葬事)시설과 환경시설만 해도 각각 13곳, 4곳이 산재한다. 대부분 서울시민이 이용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하수ㆍ분뇨ㆍ폐기물이 처리되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법 등 관련 법규를 앞세우거나 여건 조성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행만을 고집한다면 이번과 같이 법적 수단이 동원되어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게 뻔하다.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상생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인근 지자체 주민들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나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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