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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범아랍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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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범아랍주의

입력
2011.0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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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아랍 민족을 단일국가로 통일하려는 범아랍주의는 역사가 깊다. 멀게는 19세기 말 아랍통일, 반 오스만제국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이기도 했지만 1, 2차 세계 대전 와중에는 그들에게 역이용되기도 하는 등 좌절도 많이 겪었다.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은 1958년 2월 시리아와의 합방조약을 통해 통일아랍공화국을 출범시켜 범아랍주의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리아에서의 쿠데타 발생으로 그의 원대한 통일아랍국가 꿈도 3년 반 만에 물거품이 됐다.

■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이집트에서 나세르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난다고 한다. 그는 1952년 혁명 세력인 자유장교단의 일원으로 파루크 왕정을 무너뜨린 주역이었다. 무하마드 나기브에 이어 2대 대통령에 올라 산업화 등을 통해 이집트 근대화를 이끌었다. 시리아와의 통합 외에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설립과 비동맹운동에 앞장섰고, 알제리 이라크 예멘에 범아랍주의 혁명의 불씨를 전파했다. 1967년 이스라엘과의 6일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는 아직도 아랍권에서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다.

■ 그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나는 것을 범아랍주의의 부활과 연관 짓는 견해도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의 불길이 이집트를 거쳐 알제리 요르단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번져 나가는 상황이라 범아랍주의의 상징인 그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아랍세계에 열풍처럼 번지는 시민혁명은 사회정의와 자유를 위한 투쟁 성격도 강하다. 아랍민족주의가 핵심이던 나세르 시대의 범아랍주의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흐름이다. 아랍세계의 민중이 언어와 문화, 민족적 동질성에 더해 새로운 민주적 가치에 눈떠가며 연대의식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 아랍 이슬람세계 전제 국가들의 민주화가 이슬람 원리주의의 득세를 거쳐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일반적 분석 한 켠으로 조심스럽게 낙관적 전망이 고개를 드는 것도 그런 흐름의 반영이다. 이란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반미, 반서방 정권의 출현을 겁내왔던 미국과 유럽으로선 크게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분출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욕구를 일시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시위와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시민혁명을 통해 부활한 범아랍주의가 아랍권의 전반적인 민주화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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