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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명 강의와 대학교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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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명 강의와 대학교육의 미래

입력
2011.0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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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세계 최강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최신 무기 때문이 아니라 리더십이 뛰어난 훌륭한 장군들 덕분이다. 미군의 장군이 되기 위해서는 3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성공적인 야전사령관의 경험. 이는 직업의 특성상 너무나도 당연하다. 둘째는 성공적인 참모의 경험. 다른 사람을 제대로 잘 보좌할 수 있어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조건은? 놀랍게도 교육의 경험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열의와 사명감 높은 교수들

교육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을 단순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잘 가르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가르치는 일은 매우 역동적이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하여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교수 방법과 자녀교육의 대가인 연세대 이성호 교수는 "가르치는 일에 최선의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른 최적의 수업방법이 가능할 뿐이다" 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 대학의 교육개발지원센터를 통해 10년 가까이 많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명강의 핵심전략'특강을 하고, 실제 강의를 비디오로 촬영하여 분석도 하고, 교수법에 대한 많은 컨설팅을 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역시 교수법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분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분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또 무엇보다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열의와 사명감이 높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 강사인 공과대학의 H교수님은 수강생들과 한 학기에 세 차례씩 개별면담을 한다. 거의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는 학생 면담을 위해 시간을 비워놓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실적을 내고 있는 H 교수님은, 종종 일정에 쫓겨 간단한 도시락으로 10분 만에 점심을 해결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아침 시간을 통째로 내어 주는 열의가 있다.

사학과의 S 교수님은 학기 중에는 강의 준비만을 하고, 연구는 방학 때 몰아서 한다. 그래서 다음 학기 강의록을 직전 학기 기말고사 전까지 날짜 별로 미리 다 정리해 놓을 정도다. 교육과학대학의 J 교수님 등 많은 교수님들이 방학 동안 한 학기 분량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교내 사이버 강의실에 참고자료로 올려놓는다. 학생들이 동영상을 보면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되풀이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과대학의 S 교수님, 상경대학의 J교수님 등은 내가 특강에서 제시해 드린 대로 수업시간 5~10 분 전에 미리 강의실에 들어가서 학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어쩌다가 한 번이 아니라, 한 학기 내내 일찍 들어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늘 자신들보다 일찍 강의실에 들어와 계시면서, 자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교수님을 뵈면서 "교수님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시고, 수업에 열심이시구나" 하는 심리적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러한 교감은 수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 대학교육 미래는 밝다

199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 스탠포드 대학의 더글러스 오셰로프 교수는 노벨상을 받은 후 기자와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 "노벨상까지 받으셨는데, 강의 준비는 따로 필요하지 않으시겠지요?" "니 샤오몽!! (중국말로 "꿈 깨라"-부인이 중국인인 오셰로프 교수의 농담) 제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아서입니다. 지금도 물리학 분야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어요. 계속 열심히 공부를 해야 겨우 따라갑니다. 더군다나 이번 가을 학기에는 학부생들을 위한 대형 강의가 있어서, 여름방학 내내 주말에는 강의 준비만 하고 있어요."

곧 새 학기다. 많은 교수님들이 열심히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하고 계실 때다.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님들이 매 학기 늘어가는 것이 보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가르침에 열정을 쏟는 그분들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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