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등원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미뤄졌던 각종 법안의 국회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경제관련법안 중에는 예민한 법안들이 유독 많다. 국회의원들이 가급적 손대고 싶지 않은, 그래서 미뤄놓았던 '골칫거리'법안들. 더 이상 미뤄져선 곤란한 핵심법안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세무검증제
정부가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가장 공 들였던 사안. 하지만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작년 정기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좀 더 보완해 내년에 조속히 처리하자"며 이번 임시국회로 미뤄놓은 상태다.
핵심은 연간 수입 5억원이 넘는 개인사업자들의 세금신고내역을 세무사들이 사전 검증하게 하는 것.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에 비해 개인사업자들은 탈세 유혹이 강한데다 현재 1,000명당 1명 꼴에 그치는 세무조사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세무사의 역할을 강화해 조세투명화에 이용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현재 임시국회통과를 목표로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설명을 벌이고 있지만,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의사 변호사 등 세무검증 대상 전문직 단체의 로비가 예상대로 치열하기 때문. 이들은 "조세행정을 민간에 맡겨선 안 된다" "검증대상 액수를 낮추자"면서 정부보다 더 공을 들여 의원들을 집중 설득하고 있다. 특히 세무검증대상인 변호사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소관상임위인 기획재정위를 통과해도 법사위 관문을 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농협개혁
농림수산식품위는 농협개혁을 위한 20년 숙원 과제인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한다. 농협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기구로 분리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 정부 농협 농민 등 관련 주체의 이견차가 어느 때보다 줄어 지난해 정기국회 통과가 유력했으나, 예산안 강행처리에 따른 국회 파행 때문에 처리가 미뤄졌다.
큰 틀에서 신ㆍ경 분리는 대체로 합의가 됐으며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투입되는 자본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세금감면은 어떻게 할 것인가 ▦농협의 보험부문에 대한 특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가 등 3가지 정도의 쟁점만 남아 있다. 국회의원들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통과 가능하다는 평가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정부가 이미 공식화한 상태. 국회에도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이 이미 계류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택 건설 감소 ▦주택품질의 하향 평준화 ▦건설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폐지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안전판인 상한제를 폐지하면 가격 고삐가 풀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던 한나라당 안에서도 최근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까지 주장하는 터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도 "상한제 폐지는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한데 정부가 정무적 판단 없이 폐지를 발표한 것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폐지기류는 점점 부정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한ㆍEU FTA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내용 자체보다 여야의 대치상황이 얼마만큼 첨예할 것인가에 통과 여부가 달려 있다. 이미 EU는 7월 1일 FTA 잠정 발효를 위한 내부 절차를 마무리하는 단계. 7일 동의안이 유럽의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제통상위원회(INTA)를 통과한 데 이어, 이번주 중 유럽의회 본의회가 동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ㆍEU FTA 비준동의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한ㆍ미 FTA를 따로 처리할 계획. 민주당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정도로만 말할 뿐, 내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 보다는 오히려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의 처리여부가 한ㆍEU FTA 처리 과정에 영향을 줄 전망. 국회는 지난해 말 재협상을 거친 한ㆍ미 FTA 재협상을 따로 처리할 지 기존 협상안과 병합해서 다룰 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대치가 심해지면 한ㆍEU FTA까지 차질이 예상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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