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함께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0%나 급등했고 콩도 50% 넘게 올랐다.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 당시의 시세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산정한 지난달 식품가격지수(FPI)는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231을 기록,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 곡물 수출국인 미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이 홍수와 가뭄, 폭설 등 이상 기후로 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줄어든 게 결정적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수출 쿼터제 도입으로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일부 헤지펀드의 투기 수요, 신흥국들의 곡물 사재기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식량전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제는 기상 이변으로 지구촌의 식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6%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의 확산, 폭설과 한파 등의 영향으로 채소와 육류 생산기반마저 위협 받는 실정이다.
국제 곡물 수급의 불균형은 국제회의의 주요 이슈로도 거론될 전망이다. 이번 주말(17~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의장국인 프랑스가 국제 곡물가격 감시 시스템 창설 방안을 주요 의제로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곡물 수출국들은 가격 통제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우리로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안정적인 곡물 확보 대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밀 옥수수 콩 등 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정부 비축물량을 늘리고 해외 곡물 생산기지를 적극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들이 해외 농지를 직접 개발하거나 계약재배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 곡물회사를 자체적으로 설립해 곡물 메이저에 의존한 수입 구조를 벗어나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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