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자치단체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정원 대보름의 향취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20일 청계천에선 서울의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행사였던 광통교 다리밟기를 재현한다. 오후 5시30분부터 광통교→광교→모전교→광통교로 이어지는 1㎞를 만장ㆍ어가ㆍ문무백관 등이 행진한다.
행사장 주변에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포졸의 순라(巡邏)도 재현돼 옛 명절의 흥취를 느낄 수 있다. 다리밟기는 다리(橋)를 밟으면 다리(脚)가 튼튼해지고 한해 동안 질병 등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세시풍속으로, 양반과 상민이 함께 했다. 오후 1시부터는 동 별 민속경기로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한다. 석전놀이도 처음으로 재현하는데 돌 대신 솔방울로 동 별 대결을 한다. 투호놀이 팽이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민속놀이 한마당도 함께 열린다.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서울놀이마당에서도 17일 저녁 다리밟기, 쥐불놀이 등 대보름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한 조로 횃불을 들고 석촌호수 주변 1㎞를 돈다. 또 참가자들이 소원을 써서 4m 높이의 짚더미와 함께 태우는 달집태우기도 펼쳐진다. 달집태우기는 달집을 태우며 액운이 소멸하기를 바라는 행사로, 연기가 많으면 길조로 여겼다. 행사는 인간문화재 등이 회원인 송파민속보존회가 주관한다.
서울 지하철역에는 부럼과 나물 등을 싸게 파는 장터가 선다. 서울메트로와 국립산림과학원ㆍ산림조합중앙회는 시청역에서 15일 임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공주ㆍ광양 등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호두 밤 잣 등 부럼을 살 수 있다. 부럼깨기는 한해 동안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견과류를 깨물어 먹는 풍습이다. 알밤나누기와 무료 시식도 진행된다.
7호선 청담역에서도 대보름 맞이 농ㆍ특산물 특별전이 15일부터 3일 간 열린다. 충주 제천 등 충북 10개 지자체가 참여해 땅꽁 호두 등 부럼과 오곡밥에 쓸 잡곡 등을 시중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오곡은 조 수수 찹쌀 팥 멥쌀 밤 콩 잣 등 지역마다 다른데 오곡밥을 먹으면 곡식 농사가 잘 되고 더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문을 연다.
용산구청 광장에선 51개국 주한 대사 및 외교사절이 참여하는 전통체험 행사가 19일 열린다. 오후에는 구민과 외국인 대항 '세계의 줄다리기'대회를 하고, 저녁에는 강강술래 청사초롱 소원 빌기를 한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 체험과 난타 공연도 펼쳐진다.
강남구 복지관에선 소외 이웃과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한마당이 열린다. 하상장애복지관에선 17일 장애인과 지역주민이 전통놀이와 풍물공연을 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윷놀이 대회와 음식나주기 행사가 대청종합사회복지관(15일)과 수서종합사회복지관(16일)에서 펼쳐진다. 또 능인종합사회복지관은 15일 홀로 사는 노인 등 50가구에 오곡밥과 나물, 부럼을 나눠준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