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집트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도체제의 전권을 쥔 군부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웅 등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젊은 ‘사이버 활동가’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나라의 장래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시위대의 요구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서 나아가 인터넷 세대와의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군부와 반정부 시위대 젊은 활동가들간 대화를 이집트 변화의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구글 마케팅 임원이자 이번 시위 과정에서 SNS 영웅으로 떠오른 와엘 고님은 군부와의 대화에 참여한 뒤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는 변했다. 8명의 젊은이들이 군 최고위원회 소속 2명의 장군과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 측 만남을 긍정 평가했다. 고님은 이어 "젊은 이집트인들의 표현이 권리를 존중하고 혁명으로 얻은 것을 보호하려는 군인들의 진지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대화에 참여했던 또 다른 젊은이 아므르 살라마도“군부가 무바라크 충성파들로 구성된 임시정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국 안정이 시급하기 때문이며, 곧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군부가 지위를 막론하고 부패한 이들을 모두 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님은 또 트위터에 "이집트를 재건설하고 이번 시위로 숨지거나 다친 가족들을 돕는데 1000억 이집트파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군부가 밝혔다"며 "추후 상세한 내용을 전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군부는 청년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을 독려하며 정기적 만남을 가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군부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풀어진 것은 아니다. 군 최고위원회는 새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약속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군부를 주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고 정치범 석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있고 군부가 아예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바라크 사퇴후 군부의 헌법효력 정지 등의 조치에 대해 인권운동가 호삼 바가트는 “진전은 긍정적이지만 헌법효력 정지 하에서는 일종의 ‘중간지대’로 들어가게 되는 점이 우려된다”며 “상황을 감시하고 과도기에 인권이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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