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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시봉과 세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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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시봉과 세대 소통

입력
2011.02.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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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때 방송된 세시봉 콘서트가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5,60대들은 세시봉으로 통칭된, 60대 남성 네 명이 전하는 선율과 입담에 흠뻑 취했다. 통행금지 청바지 통기타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상징들이 부활한 듯 5,60대들은 절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때론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세시봉의 명성을 아는 40대도 5,60대와 비슷한 감정이입을 했나 보다. 한 40대 친구는 이장희가 읊조리 듯 부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 전율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30여년 만에 무대에 올라 부르는 노래였으니 감동이 오죽했을까 싶다.

놀라운 것은 방송 이후였다. 인터넷은 온통 세시봉 세상이 됐다. 세시봉과 세시봉의 노래를 아는 이나 모르는 이, 그들(그곳)과 시대를 함께 호흡한 이나 그렇지 못한 이들이 한데 뒤섞여 세시봉을 찾았다. 세시봉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누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6,70년대 젊은이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세시봉을 들락거렸는지 등 궁금증에 대한 물음과 답변이 줄을 이었다. 내용으로 미뤄 물음은 10대, 20대들이 하고 있었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에게도 사랑과 낭만, 일탈과 반항의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알고놀라워 했다. 부모 세대가 부른 노래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詩) 같은 가사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세시봉의 팝송 번안곡, 히트곡의 제목이나 가사를 알려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는 관련 자료들이 텍스트나 동영상 등의 형태로 유포됐다. 40여년 전 세시봉이 시간을 뛰어 넘어 우리 사회의 여러 세대를 아우르기 시작한 것이다.

세시봉의 인기몰이는 어렵게만 보이던 세대간 이해, 세대간 소통이 의외로 단순하고 쉬운 곳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60대 남성 네 명이 전하는 사랑과 우정, 그 시절 젊은이들의 로망을 경륜 넘치는 연주, 화음과 함께 들으며 이른바 '꼰대' 세대를 다시 보게 됐다. 부모님이 트윈폴리오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곤 울어버렸다는 여학생도 있었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며 콘서트 스케줄을 묻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러나 이해와 소통은 일방향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법이다. 세시봉에 대한 10대, 20대들의 뜨거운 관심이 감성적 차원에서 출발한 일시적 현상이라 해도 이제는 아빠 엄마 세대가 그들의 환호에 답할 차례다. 우린 옛날에 안 그랬어, 요즘 아이들은 제 멋대로야, 버르장머리가 없어, 옷 차림은 왜 그 모양이야, 왜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하니, 그게 무슨 노래냐, 도무지 이해가 안가…. 이런 식의 인식과 접근은 세대 간 소통에 장애만 될 뿐이다. 5,60대들이 세시봉에 갈채를 보내는 것처럼 10대, 20대도 30~40년 뒤에는 지금 환호하는 대상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워 할 것이다. 5,60대의 추억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면 지금 젊은이들에게 추억이 되고 있는 모든 것 역시 그럴 것이다. 상대가 아끼며 간직하고 있는 것의 가치, 그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상호 이해와 소통의 출발점 아닐까.

이해와 존중의 태도는 부모 세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광고물에 쥐 그림을 그렸다고 처벌하고, 정부에 불리한 글을 썼다고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고, 패러디를 만드는 젊은이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경직된 태도를 견지하면서 소통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다.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소통의 시작임을 세시봉 신드롬은 말해주고 있다.

황상진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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