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사진) 전 현대증권 회장의 광장동 자택 및 소유부동산이 최근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한때는 CEO를 지낸 회사지만 서로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젠 자택경매까지 붙이게 되는 기구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전 회장 소유의 광진구 광장동 381번지 일대에 위치한 단독주택과 대지, 임야 등이 감정평가액 46억9,228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평가액 대부분은 796㎡의 토지가격. 건물은 1~2층을 합쳐 방이 5개, 화장실과 욕실이 5개인 대저택이지만 1968년에 지어진 제법 오래된 건물이라 평가액이 1억원대에 그쳤다.
이 전 회장의 집이 경매에 나오게 된 사연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바이코리아' 열풍을 주도하며 증권ㆍ투신업계의 신화적 존재처럼 여겨졌던 이 전 회장은 2000년 금융감독원 조사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이 밝혀지면서 물러났다. 당시 현대증권은 이 전 회장 대신 2,000억원 가량의 책임을 졌는데, 주주들은 현대증권에 손해회복을 위한 소송에 나설 것을 청구했으나 회사가 소송에 나서지 않자 2004년 3월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장장 6년여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책임을 최종 인정했다. 이 전 회장은 이에 따라 현대증권과 현대증권 주주들에게 265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462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이에 반발, 현대증권과 주주, 금융노조는 물론 주주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와 심지어 자신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까지 최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같은 건으로 실형을 살았는데 회사 손해까지 대신 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의 역소송과는 별개로 현대증권과 주주, 그리고 주주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 등은 현재 이 전 회장의 재산을 찾아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이번에 채권자로서 이 전 회장의 광장동 자택을 경매에 붙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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