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오징어로 만든 튀김밖에 없어요." 친구들과 서울 종암동의 단골 오징어횟집을 찾은 이상기(35ㆍ직장인)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튀김을 소주 안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연중 잡힌다는 오징어가 모두 어디 갔냐"고 의아해했다.
동해산 해산물이 사라졌다. 오징어뿐만이 아니다. 한창 제철인 대게도 모습을 감췄고 과메기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 100년 만에 쏟아진 폭설 때문이다. 이상 한파와 잦은 풍랑주의보로 어선들이 출어를 포기한 탓도 있지만 주된 원인은 폭설로 인한 물류 올스톱이다.
전제은(44) 양양택배 동해지점장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나가는 물류가 완전 멈췄다고 16일 말했다. "평소 3, 5, 10㎏들이 대게 상자가 하루 500~1,000개씩 나갔지만 폭설이 내린 지난 11일부터는 아예 주문 접수도 못 받고 있다"며 "1주일은 더 있어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행 고속버스조차도 폭설 엿새 만인 이날에야 운행을 재개했다.
동해 해산물을 공급받아 영업하는 서울시내 식당들은 울상이다. 서울 논현동의 한 대게 전문점 관계자는 "하루에도 주문을 서너번씩 넣고 있지만 '알았다'는 답만 오고 물건이 오지 않으니 별 수 있느냐"며 "동태탕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횟집 주인도 "동해산 오징어가 간간이 들어오지만 우리 가게에 배당되는 물량은 겨우 20마리 정도"라며 "그마저도 점심 때면 이미 다 팔리고 없다"고 말했다.
건조 후 냉동 또는 진공포장 상태로 유통되는 과메기는 그나마 나은 편. 하지만 구룡포에서 직송된 과메기만 고집하고 있는 한 식당 주인은 "2~3일 해풍에 건조된 과메기를 최고로 치는데 덕장도 폭설여파로 문을 닫고 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큰일"이라며 "철 막바지에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에게도 냉동 과메기를 내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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