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찾아 최소 일주일 이상 특급호텔에 머물면서 공연 관람과 호화 쇼핑, 센토사섬 관광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생일(16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세계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관람한 김정철의 행보를 두고 후계 경쟁에서 밀려 해외 유랑 중인 김정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김정일 로열 패밀리'들의 사치스러운 모습이 공개되자 북한 체제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철은 이달 초 여성 수행원과 오케스트라 단원 등 수십 명을 데리고 싱가포르를 방문해 특급호텔인 '팬 퍼시픽'의 스위트룸(1일 숙박료 70만원)에 묵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언더워터 월드' 등을 둘러보고 쇼핑센터를 찾아 김정일의 생일 선물을 포함해 고가의 보석류와 명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정철은 14일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랩튼의 공연을 VIP석(1인당 35만원)에서 동반한 여성과 수행원 등 20여명과 함께 관람한 뒤 클랩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등 기념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철은 공연 관람 다음날인 15일 싱가포르를 떠나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평양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 세 아들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남인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상태이지만 장남인 김정남은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뒤 중국 등 해외에서 유랑하고 있다. 김정철의 경우 이복형제인 김정남과 달리 김정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