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모처럼 입을 열었다. 그것도 지역 갈등을 증폭시켜온, 민감한 이슈인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에 대해서다. 지난해 12월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소득세 구간 신설안에 제동을 건 지 72일만에 현안에 대해 언급한 셈이다. 지난 연말 사회복지기본법 공청회를 주최하는 등 행동 반경을 넓혔지만 유독 정치 현안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력 대선주자로서 마땅히 소신을 밝혀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의 레임덕만 부추기게 될 뿐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지면서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이날 현안에 대해 원칙론으로 답변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가 말을 적게 한 게 아니라 제가 안 할 이야기는 안하고, 할 이야기는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전 대표 언급은 '과학벨트나 신공항 입지 결정 등은 대통령과 정부의 몫'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이란 발언이 부각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나 정부와 각을 세우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물론 대선공약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이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신뢰''국민과의 약속'을 앞세우는 박 전 대표로선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표는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풀이하자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영남권이 쪼개져 있는 만큼 정부가 충분한 검토를 통해 입지를 선정, 발표하라는 원칙적 입장을 얘기한 것이다. 물론 "대선공약을 지키라는 뜻인 만큼 '김해공항 증설'이란 제3의 방안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개헌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가 자신의 복지 구상을 비판하는 야당을 겨냥해 "우리 정치가 좀 더 건설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도 눈에 띤다. 야권의 비판이 정략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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