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표류해 왔던 의료사고분쟁처리법안이 이르면 올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해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장치가 강화될 전망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의료분쟁조정법) 처리 움직임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와 사고 입증책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장기간 논란을 거듭해왔지만, 지난해 환자단체 및 보건의료단체와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이견을 상당부분 좁힌데다, 올 들어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이 법안 통과를 역점추진 과제로 정하고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분쟁조정법은 독립적 조정기구(의료분쟁조정중재원)를 만들어 중재원이 의료사고를 직권으로 조사하고, 조정위원회가 조사결과를 토대로 재판상 화해와 같은 결과를 내놓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환자가 전적으로 져야 했던 의료진의 과실 입증 책임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간 평균 26개월 걸리던 의료분쟁 해결기간이 빠르면 5개월 내로 단축돼 의료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법안의 핵심 쟁점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만만치 않아 법안 처리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한 특례 조항이 특혜라고 반대하고 있다. 의료 과실의 입증 책임에 대해서도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의료 문제인 만큼 의료인이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안이 최선은 아니라 하더라도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입법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에 대한 보상을 보다 전향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부족한 것은 추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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