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은 북한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게는 혈맹에 가까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는 큰 악재로 평가된다. 또 중동 민주화 바람은 전형적인 독재체제인 북한 정권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를 중동 등에 둘 때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조장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그간 이집트를 외화벌이와 중동ㆍ아프리카 외교의 거점으로 삼아, 외교관과 정보요원을 다수 파견해왔다. 특히 이집트는 북한의 경제난을 완화하는 출구 역할을 해왔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이집트 통신재벌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난 사실을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집트에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무바라크의 북한 채무'에서 벗어나게 돼 이집트와 북한의 관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공군참모총장으로 4차 중동전쟁(1973년)에 참가했을 때 북한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공습에 성공했고, 그 뒤 부통령으로 승진해 권력을 장악했다. 따라서 이집트에 들어서는 새 정부가 국익을 앞세우게 되면 양국 관계는 이전보다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다.
튀니지에서 이집트로 번진 중동 민주화 바람도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배급체계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통제에서 벗어난 주민들은 북한 지도부에 다양한 형태로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강압적 지배체제가 작동하고 있어 이런 저항들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저항으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의 관심이 한반도 외의 지역에 집중될 때 북한이 긴장을 조성해왔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이 대 테러 전쟁에 나선 2002년에 북한은 2차 북핵 위기를 유도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강대국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전보다 더 큰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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