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반대세력에게 단죄된 다른 독재자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 아니면 별탈 없는 퇴진을 보장받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하메드 압델라 이집트 집권 국민민주당(NDP) 대변인은 11일 무바라크 일가가 헬기편으로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 도착했다고 발표했으나 그의 정확한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전했다. 다만 현지 마리팀 졸리빌 골프리조트로 향하는 도로에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설치, 검문을 강화한 것으로 미뤄 체류 가능성이 짐작되고 있을 뿐이다.
벌써부터 무바라크 일가에 대한 부패수사 요구가 야권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데다, 이집트 검찰은 전ㆍ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나서는 등 정권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것이 무바라크에게까지 미칠 경우, 무바라크 처벌 또는 이를 피하기 위한 해외망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아랍 지도자 상당수가 반대세력에 암살되거나 숙청됐지 휴양지에서 평화롭게 퇴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은 무바라크의 망명 가능성을 높인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으로 쫓겨난 무하마드 리자 팔레비 당시 이란 국왕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걸프 국가로 빠져 나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바라크가 시위 기간 중 걸프 국가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텔레그래프의 보도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무바라크는 퇴진 거부를 고수하고 있을 때에도 한때 신병치료를 받았던 독일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었다.
30년간 장기집권한 무바라크의 재산은 영국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 예금,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 홍해 해안의 부동산 등 최대 700억 달러(78조1,90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나온 상태다. 또 가말 등 무바라크 두 아들의 재산은 이미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감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재산의 형성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ㆍ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곡물 육우 등을 거래,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도 있다. 특히 야권은 1990년대 주요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큰 부가 축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같이 해온 군부가 무바라크를 그렇게까지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샤름 엘 셰이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이 11일 권력 이양 후 피신한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는 카이로에서 402㎞, 차로 7시간 거리에 있다.
시나이 반도 동쪽 아카바만에 위치한 이 곳은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 후 반환한 이력도 있어 이집트에선 주권회복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차례 중동 평화정상회담이 열렸고, 2005년에는 알 카에다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88명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겐 겨울관저가 있고 경호와 안전에 유리해 이집트 내 최적의 은신처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직후 영국 언론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이미 카이로를 떠났다고 추측보도하며 지목한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또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 지역 땅과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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