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집트 과도체제의 실권은 군부가 쥐게 됐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군 최고위원회가 이집트를 운영하는 실질 주체"라며 "위원회의 성명(코뮈니케)은 곧 법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군 최고위원회는 이날 4차 코뮈니케를 통해 정치 불개입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단일한 비전을 공유한 것과 달리 군부 내부에서는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기 권력을 놓고 유력 인사들 간에 알력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76) 국방장관. 향후 이집트 정국의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탄타위 장관은 현재 군 최고위 회의를 주재하며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한다. 중동전과 걸프전에 참전하는 등 55년간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최대 장점은 국민적 신망이 높다는 것. 탄타위 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핫라인을 통해 반정부 시위 사태를 협의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도 좋다. 반면 군 내부의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아 군 중간 간부들은 그를 "무바라크의 푸들"이라고 혹평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미 하페스 에난(63) 육군참모총장은 이집트 군심(軍心)을 대변하는 실세다. 에난 총장은 미국에서 공부한 덕에 대미 인맥이 풍부하다. 또 미-이집트 군사협력위원회 정규 멤버이기도 해 미국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카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무바라크 정권의 수혜자다.
오마르 술레이만(75) 부통령도 여전한 다크호스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기세가 꺾인 것으로 보이지만 20년 가까이 국가정보국장을 지내며 축적한 정보력과 인적 자산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집트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주요 인사들이 부패 혐의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 인사가 9월 대선에 여권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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