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제12차 전지구해양과학협의체(POGO) 총회가 서울에서 열려 전 세계 유명 해양과학 연구기관의 수장들이 다 모였다. 전지구해양과학협의체는 선진 해양과학 연구기관의 책임자들이 세계 해양ㆍ기후문제에 대해 기관 간 협력을 모색하는 비정부 조직이다.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세계인들의 시선이 우리나라에 쏠렸다. G20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경제 7개국(G7)에 대한민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신흥경제 12개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을 합한 20개국을 말한다. 이들 나라가 지구촌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지구해양과학협의체는 해양과학 분야의 G20이라고 할 수 있다. 협의체에 소속된 기관들이 세계 해양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은 대체로 G20 국가와 일치한다. G7 국가는 물론 모두 참석하였고, 나머지 신흥경제 국가들의 70% 정도가 참석하였다.
해양과학 분야의 선진국은 곧 경제 선진국이다. 거대한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해양과학은 뛰어난 과학ㆍ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튼튼한 경제력이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해양개발과 우주개발처럼 거대과학 분야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회의를 주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유수 연구기관들이 대한민국이 국제협력연구 동반자로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이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주관한 한국해양연구원을 방문하여 시설을 둘러보고, 수행하고 있는 연구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해양과학자들은 대양에서 진행되는 포세이돈과 가이아 해양기후 관측 프로젝트, 천리안 인공위성을 이용한 해양관측 활동, 해미래 등 심해 해양관측장비 개발, 수중무선통신 기술 개발,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한 극지연구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대양과 극지, 하늘과 심해에서 전 지구적 해양연구를 해온 노력의 결실이었다.
바다에서의 조사, 연구 활동에는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 경제선진국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서로 능력이 비슷한 연구기관이라면 협력하여 해양조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지구해양과학협의체가 지향하는 바도 이러하다.
바다는 하나다. 비록 이름을 달리하더라도 전 세계 바다는 하나다. 바닷물이 흐르고 흐르면 태평양 물이건 인도양 물이건 다 섞이게 돼있다. 어느 한 나라가 바다를 더럽히면, 그 나라의 바다만 오염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바다가 다 영향을 받는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금을 그어 내 바다 네 바다 나누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바다에는 네 바다 내 바다가 없다. 세계의 바다만 있을 뿐이다. 이 또한 세계 각국의 해양연구 기관이 협력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얼마 전 우리 해군은 인도양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납치되었던 우리 화물선을 구출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바다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서해 남해 동해가 전부가 아니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그리고 북극해와 남극해까지 우리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호연지기는 자라나는 청소년들만 가질 게 아니다.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온 세계로 도약하려면 우리나라도 바다를 통해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