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동안 타흐리르광장을 지킨 끝에 30년 독재자를 끌어내린 시위대는 11일 뜨거운 환호를 내질렀다. 그 뒤 시위대는 귀가와 계속 시위로 양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전격 퇴진을 발표하고 홍해의 휴양지로 떠난 뒤 시위대의 상당수는 타흐리르광장에서 텐트를 접고 귀가했다.
이집트군은 12일 타흐리르광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와 국립박물관 주변에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등 평시 상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일부 시위대도 군인과 함께 바리케이드 철거작업을 돕고 광장에서 쓰레기를 치웠다. 종전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였던 통행금지 조치는 이날부터 자정~오전 6시로 4시간 줄어들었다. 그동안 교통이 전면 통제됐던 광장 주변의 도로는 18일만에 일부 개통됐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개혁조치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며 광장에서 군부의 후속조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3일 AFP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군은 광장을 지키고 있는 수십명의 시위대와 실랑이를 벌였다. 광장을 떠나라는 요구에 시위대는 “시위하라, 시위하라,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라고 외쳤다. 광장을 지키고 있는 시위대 옆에는 “군사정권이 아닌 시민정부를 원한다”고 쓰여진 문구도 보였다.
시위대는 입헌 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가자는 명분에는 공감하나 군부가 실권을 이어받은 반쪽 혁명을 앞에 두고 시위를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일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락할 방법이 있는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타흐리르광장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히고 있다.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매개로 시위에 동참한 젊은 층은 이번 시위에서 풍자적 구호도 만들어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시위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인 ‘이르할(떠나라)’을 이집트 상형문자로 쓰는 등 온갖 창의적 구호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하야 요구를 외면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이 고대 문자로 쓰면 알아듣겠느냐는 의도다. 컴퓨터 언어를 활용한 ‘무바라크 삭제’ ‘무바라크는 지금 오프라인’과 같은 표현도 등장했다.
한편 무바라크 사퇴발표직후인 12일 카이로에서 600명의 재소자가 탈옥하는 등 지금까지 2만여명의 죄수가 감옥을 탈출, 이중 절반 가량이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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