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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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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해야 하나

입력
2011.02.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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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 기존 건물보다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현행 법규상 리모델링에서는 층수를 높이거나 가구 수를 늘릴 수 없고, 가구당 주거허용 면적의 30%만 확장할 수 있다.

리모델링 수직 증축 논란의 핵심은 재산권 보장(찬성)과 안전성 확보(반대)의 대결이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거주민과 건설업계 측은 “조합원이 증축 비용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현행 구조에선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없다”며 “층수를 높여 사업성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안전 문제도 한국 건설업계의 기술 수준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수직증축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쪽에선 “건물이 지어질 때 층수 상향에 대한 대비가 없었기 때문에 건물 수직 하중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수직증축을 원하는 단지가 주로 신도시 아파트인데, 이곳에 용적률 상향을 허용하면 도시계획 단계에서 정해 놓은 적정 밀도를 넘어서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문제의 주무 부처는 국토해양부. 반대 입장을 유지해 오던 국토부는 최근 민관합동 간담회를 통해 수직증축 허용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했지만, 부정적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분당과 일산 등 규모가 큰 1기 신도시의 상당수 아파트가 지은 지 15년(리모델링 가능 시점)을 넘어가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층수가 높게 설계돼, 주민들이 용적률이 낮은(300% 내외) 재건축보다는 용적률이 높은(500%도 가능) 리모델링을 선호한다. 언젠가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상황.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주장을 직접 들어본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 수직 증축 찬성

"일반 건축물 증축 사례 많다, 아파트 3층 정도 더 올려도 안전"

"구조가 취약한 공동주택은 주택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예비진단 단계에서 리모델링이 가능한 C등급을 받기도 어려워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법제도권 안에서 거론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모델링에 대한 주민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표 사례가 바로 리모델링 수직증축이다. 주민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3개 층 정도의 수직증축과 이를 통한 일부 세대의 일반분양, 세대 간 통합 또는 분리 등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의 안전성과 재건축과의 형평성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이를 허용치 않고 있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으나,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직증축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몇 가지 논거를 제시한다.

수직증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실제 수직증축이 건축물 안전을 위협하진 않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구조적으로 건물 안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만큼 위험하지 않다. 또 매우 특별한 건축기술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며 공동주택이 아닌 일반 건축물에서는 무수히 많이 진행되어 왔다. 게다가 리모델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조가 취약한 공동주택은 주택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예비진단 단계에서 리모델링이 가능한 C등급을 받기도 어려워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존 구조체를 중심으로 건물 앞뒤와 건물 상부로 증축하여 신설 골조를 덧붙이면 이는 오히려 기존 건물의 내진성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미 업계에선 수직증축에 따른 건물 안전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해법도 연구된 상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 구조체에 대해 내진보강을 실시하고 지진 하중을 줄일 수 있는 제진(制震)장치를 적용하면 수직증축에 따른 건물 안전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구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 전문가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규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구조진단, 구조설계, 구조감리 및 준공 시 안전확인 등의 건축물 구조 안전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규정된 절차와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수직증축이 허용돼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리모델링도 주택시장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생산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도 마찬가지. 시장이 수직증축을 원한다면 그런 방향으로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한다. 세대 수가 증가하는 리모델링도 리모델링의 한 상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투기 등 수직증축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돼 정부가 수직증축을 허용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시장을 통제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유도하고자 하는 리모델링을 할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식으로 시장을 조절해 나가면 된다.

리모델링이 친환경 녹색건설 기술이란 점에서도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산업분야에서의 친환경ㆍ녹색성장 관련 정책과 발전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진척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설분야에서는 녹색성장과 자연친화 개발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분야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친환경 개발방식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정책적 배려가 크게 늘어난 것도 없다.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건설업계의 녹색성장이 그만큼 촉진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리모델링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건설산업의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것이고,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것이 곧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차광찬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법제도개선위원장

● 수직 증축 반대

"높이만 올리면 저층 일조 침해, 개발밀도 증가로 도시구조도 왜곡"

"리모델링 비용은 그 이익을 향유하는 소유자가 부담해야한다…

지금의 비용과 대가를 이웃 또는 후손에게 전가하는 도시 정비방식은 정당하지 않다"

리모델링 사업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도시개발 및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한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가 팽창하면서 정부와 건설업계는 저층 단독주택이 들어섰던 산동네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고, 주택 대량공급을 위해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가지 외곽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단지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들 신도시ㆍ신시가지가 건설된 지 20~30년이 흐르면서 상하수도, 난방, 전기, 통신 등 각종 건축 설비들이 내구연한에 이르렀거나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량 보유대수가 늘어나 주차 공간도 부족하게 되었고 아파트의 평면 또한 최근에 건립된 아파트들과 비교하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졌다. 요컨대 리모델링이 필요해진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서는 비용 지출이 필요한데, 이런 경제 행위에는 비용은 최소화하는 반면 효과는 최대화하려는 원리가 작용한다. 그 결과 수직으로 증축해 건물이 수용하는 세대 수를 늘리고, 늘어난 세대를 분양해 리모델링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이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수직 증측을 허용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저층부 일조 확보 문제가 발생한다. 그동안의 관계 법령은 아파트의 동간 간격을 아파트 높이만큼 유지하도록 규정하여 왔다. 따라서 동간 간격을 넓히지 않고 높이만 올리게 되면 저층부의 일조 확보는 더욱 불리해진다.

둘째 통풍이나 조망, 위생 등의 측면에서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위압감과 폐쇄성이 강해져 외부 공간의 장소성이 약화된다. 최저층부의 일조 확보를 위해서나, 아파트 동간의 적절한 외부공간 확보를 위해서나 아파트 건물 사이의 간격은 높이의 2배 이상으로 배치돼야 하는데, 수직 증축이 이뤄지면 최소한의 쾌적성을 보장할 수 없다.

셋째 화재 및 긴급상황 대처에 안전상의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아파트 고층부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고가 사다리차를 접근시켜 긴급구조 및 소방활동을 하여야 하는데, 아파트 동간 간격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높이만 높이는 경우 고가 사다리가 각도상 고층부까지 접근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익적 측면에서도 사회적 공동선과 부합되지 않는다. 도시의 각종 기반시설들은 입주 세대수를 기준으로 계획된 것인데, 증축을 통해 세대수를 늘리면 이들 시설이 추가 확충되어야 한다. 또 개발밀도와 인구밀도가 증가하는 것은 현재 및 미래의 도시공간구조를 왜곡하게 된다. 요즈음 리모델링이 고려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합동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고지대에 위치하거나 기존 시가지 외곽에 입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개발밀도를 더 높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향후 인구가 감소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발밀도를 낮추어야 한다.

승용차를 일정기간 사용하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킬 경우 그 비용은 해당 소유자가 감당해야 한다. 이는 건전한 사회를 위한 기본적 원칙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리모델링 비용은 리모델링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는 소유자가 부담해야한다. 낡은 20층 아파트를 내 돈 안들이고 리모델링하려고 30층으로 수직 증축하고, 새집으로 짓기 위해 40층으로 지어 분양한다는 계산법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매우 부적절하다. 결국 다음 20년 뒤에는 60층, 그 다음 세대에서는 120층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비용과 대가를 이웃 또는 후손에게 전가하는 도시 정비방식은 정당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아파트의 층수와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을 유지하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이창수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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