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미국에서 흑인 강도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마종훈씨 유가족들이 범인의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달라고 미 법원에 요청해 한인 사회는 물론, 미국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씨는 당시 오하이오주 톨레도 다운타운의 자신이 운영하던 가발업체 매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범인 조니 배스톤은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오는 3월 10일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마씨는 색동회 동인이었던 아동문학가 고(故) 마해송씨의 차남이자, 의사 시인 마종기 씨의 동생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마종기 시인은 오하이오주립대 방사선과 교수를 지내다 2002년 은퇴했다. 숨진 마씨는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다 형이 살고 있던 오하이오로 이주해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
마종기 시인은 동생이 비명에 세상을 떠나자 라는 영문 시집을 통해 동생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마 시인은 '동생을 위한 조시(弔詩) - 외국에서 변을 당한 훈에게'에서 "어릴 때는 고등학교까지 같은 이불을 덮고/ 대학에 가서는 작은 아랫방을 나누어 쓰고/ 장가든 다음에는 외국에까지 나를 따라와/ 여기 같은 동네 바로 뒷길에 살던/ 내 동생 졸지에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하느님./ 동생이고 친구고 내 의지처였습니다/ 하느님, 당신밖에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눈물이 자꾸 납니다. 관을 덮고 나면 내일 하늘이 열리고/ 내일 지나면 이 땅에서 지워질 이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마씨의 유가족들은 범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두 달여 앞둔 지난달 "인간의 생명은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범인 배스톤의 사형을 반대하는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마씨의 아들 피터 마(38)씨는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가족들의 심정이 나아지거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는 것이 아니다"며 "사형은 어떠한 좋은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권ㆍ종교 단체가 아니라 희생자의 유족이 사형반대 탄원에 나선 것은 미국에서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오하이오 사면위원회는 11일(현지 시간) 범인에 대한 사형 면제 요청을 만장일치로 거부하고 예정대로 사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사면위원회는 "사망자의 가족이 사형을 반대하지만 범인이 피해자를 처형식으로 총격 살해해 죄질이 나쁘고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사형을 면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LA미주본사=김연신기자 lil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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