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 이후에도 한국과 이집트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이후 과도체제를 이끌어갈 주역 중 한 사람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한국과 맺은 인연 등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이후 이집트 국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정리되는 국면으로 가는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군부를 중심으로 한 이집트의 과도체제가 안정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와 이집트의 양자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며 "우려했던 수에즈운하 역시 정상 운영되는 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 속에 술레이만 부통령과 우리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1995년 한ㆍ이집트 수교 당시 사전에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 대통령을 접견하는 등 막후 수교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8년 김대중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이종찬 국정원장과 무바라크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집트 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후임 권력구도가 확고하게 구축되기 전까지는 내부의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집트 정국의 흐름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12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직후 성명을 내고 "이집트 상황이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돼 국민들의 열망에 따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실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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