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13일 라이벌전은 배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대전 충무체육관을 뜨겁게 달궜다.
역대 프로배구 최장 시간(종전 2009년 11월 대한항공-우리캐피탈 136분)138분 드라마의 주인공은 문성민(25ㆍ현대캐피탈)이었다. 문성민은 이날 개인 통산 첫 트리플크라운(서브에이스, 블로킹, 후위공격 각 3점 이상)을 터뜨리며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최고의 라이벌팀이다. V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경기마다 흥미진진한 명승부를 연출하는 바람에 구름관중이 모여든다.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는 삼성화재의 올 시즌 최다 관중인 4,632명이 들어찼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삼성화재에 3전 전패를 당하는 등 '공(恐)삼성증'까지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대캐피탈의 '징크스 탈출' 여부가 라이벌전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문성민은 31점(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3개, 후위공격 10개)을 기록하며 팀의 3-2(28-26 23-25 25-23 22-25 15-12) 승리를 이끌었다. 문성민의 트리플크라운은 2009년 11월 김학민(대한항공) 이후 토종 선수로는 13개월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14승6패가 된 현대캐피탈은 이로써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오던 삼성화재전 4연패(리그 6연패)사슬을 끊고 선두(대한항공 16승4패) 추격에 불씨를 당겼다.
올 시즌 V리그에 데뷔한 문성민은 '삼성화재 징크스'를 몰랐다. 문성민은 '공삼성증'에 대해 "그것은 (박)철우 형이 있었을 때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을 라이트로 전격 기용하며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문성민은 고비마다 호쾌한 스파이크를 꽂아넣으며 포효했다.
현대캐피탈은 리베로 2명이 모두 경기 중 부상으로 아웃돼 고비를 맞았지만 문성민의 만점활약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4세트 초반 주전 리베로 오정록이 쥐가 나서 들 것에 실려 나온 데 이어 대체 리베로 김대경도 중반에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아웃됐다. 리베로 엔트리 2명 모두가 빠진 현대캐피탈은 부랴부랴 'R'이라고 적힌 임시 리베로 빨간 조끼를 신동광에게 입혀 경기를 속행했다.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세트스코어 2-2를 허용한 현대캐피탈은 문성민과 한상길(13점)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갔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 7-8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의 잇단 범실로 10-8을 만들었다. 13-12으로 다시 쫓기는 상황에서 문성민이 결정적인 스파이크를 내리 꽂은 덕분에 승기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윤봉우의 깔끔한 속공으로 138분간의 숨막히는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문성민은 경기 후 "독기를 품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 삼성화재전에서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대전=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