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조정타 역할을 할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이번주 말(17~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우리나라로선 올 G20에서 지난해 서울 합의의 성과를 구체화해야 할 입장이지만, 의장국 프랑스는 사뭇 다른 '판'을 그리는 분위기. 최근엔 정부조차 지난해 '올 인'분위기와 달리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자칫 서울 합의가 잊혀진 의제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선언은 어디로
정부가 밝힌 작년 '서울 선언'의 최대 성과는 경상수지의 예시적 가이드라인 설정. 세계적 무역불균형 심화로 글로벌 환율 전쟁이 심화되자 각국 정상들은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자는 데 합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 같은 구체적 수치 도출엔 실패했지만 올 상반기까지 가이드라인을 정해 연말까지 첫 평가 결과를 내놓자는 일정에도 뜻을 모았다.
하지만 작년 서울회의 이후 3달 넘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독일, 중국 등 흑자국 그룹과 미국 등 적자국 그룹 간의 이견이 여전히 첨예한 게 주된 이유. 최근에는 경상수지 외에 국내문제인 재정여건, 국가부채, 과도한 저축과 소비 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가이드라인 설정논의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조정 역할을 해야 할 한국 정부는 아직 관련 논의결과나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 G20준비위원회의 임무를 뒤 이을 G20기획단은 지난 주말에서야 근거 법이 마련돼 다음주에나 정식 출범할 예정.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했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나 신흥국 개발의제 등은 그 동안 실무차원의 논의가 계속돼 왔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아무래도 작년만큼의 열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고백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애초부터 외교적 수사 이상의 구속력 있는 합의가 나오기 어려운 사안이었던 만큼 각국의 특수성을 반영해 GDP대비 비중이나 기간 등을 일정 범위로 묶는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특히 우리가 주도한 개발의제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묻히기 십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이슈에선 변방 밀릴 듯
프랑스는 의장국 지위를 활용, 올 G20을 자국 이익에 맞는 의제로 채울 기세다. 이번 주 말 회의에서도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외에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 변동성 완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연일 최고가를 경신중인 국제 곡물가격을 비롯한 원자재가 급등 배경에 국제 투기세력이 있다고 보고 국제적인 가격감시 시스템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가격 통제보다는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국 처지에서 국제적인 수급 논의나 상품거래 시장 개혁에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운 구조"라며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 투명한 거래 등을 지지하는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전임 의장국으로서 금년도 의장국인 프랑스, 내년 의장국인 멕시코와 함께 G20의 트로이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처럼 이슈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의장국 프리미엄'도 1년도 못돼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작년 합의가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실행안을 내고 일정을 제시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원자재 투기자본 문제도 지난해 합의한 글로벌 금융규제라는 큰 틀에 포함시켜 계속 우리의 영향력을 이어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