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기상청장의 음주교통사고 전과가 뒤늦게 드러나 여론과 정치권의 사퇴 요구가 거세다. 조 청장은 KBS 기상캐스터로 근무하던 1984년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귀가했다가 긴급체포됐다. 그는 피해자 유족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주고 합의해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며'뺑소니'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 청장의 행위는 통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물렀고,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했으며, 오래 전 형사처리가 끝난 사건이라는 점 등이 고위 공직 수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27년 전의 사법적 기준으로도 그의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사안이다. 부끄럽지만 그 시절의 권ㆍ언 유착 관행에 비춰, 부당한 압력과 비호가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물론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자라도 법에 정한 것 외에는 사회 생활에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뿐 아니라 남다른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의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숱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전관예우 등의 크고 작은 도덕적 흠결 때문에 낙마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만큼 일반인보다 엄격한 법적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고하다. 조 청장의 과거 행위는 이런 도덕적 흠결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 일반 공무원들은 음주운전 만으로도 승진에서 탈락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다.
조 청장의 전과사실을 알고도 본인의 소명을 듣고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은 기가 막힐 뿐이다. 기상청 안팎의 숱한 전문가를 제쳐놓고 굳이 이런 인물을 기상청장에 기용하거나 머물게 하는 것은 어리석다. 막중한 기상 업무의 혼란을 피하려면, 본인이든 인사권자이든 서둘러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 길게 논란할 일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