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 12일 이틀 동안 강원 동해에 1m가 넘는 눈이 내린 것을 비롯, 강릉과 울진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강원 영동, 동해안 지역의 이 유례없는 폭설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상하층 공기의 높은 온도 차와 영동지역의 지형적 특성, 동해 남부의 저기압 정체라는 3가지 원인이 모두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내륙 5㎞ 상공에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불어온 영하 30도의 차가운 공기가 포진해 있었다. 거기에 동해남부 지역에 발달해 있던 저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원과 경상 지역 내륙으로 불어 들어갔다. 이 공기는 해수면 온도가 10~13도인 동해안을 지나며 따뜻해진 것으로, 찬 공기 아래로 들어가며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처럼 공기가 역전된데다 온도 차가 커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바다에서 불어온 하층의 따뜻한 공기(동풍)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상층의 찬 공기 쪽으로 밀려 올라가자 눈구름이 더욱 더 발달됐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따뜻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위로 솟구쳐 냉각돼 눈구름을 형성하면서 폭설로 이어진다"며 "서해안 지역은 많아야 30~40㎝ 정도의 눈이 오지만 동해안 지역은 태백산맥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눈이 온다"고 말했다.
따뜻한 동풍의 근원지인 동해남부 지역의 저기압이 계속 정체돼 있었던 것도 폭설의 원인이다. 이 저기압은 일본에 발달해 있던 큰 저기압이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때 함께 빠져나가는 중규모 저기압인데, 일본 저기압이 계속 정체돼 있자 10일 발생한 이 저기압은 12일까지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주변에 북고남저(北高南低)형 기압 배치가 자주 나타나는 2~3월에 동해안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구조적 현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강원 지역에 내린 20㎝ 이상 폭설 9차례 가운데 7차례가 2~3월에 집중됐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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