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지배자였던 아랍인들이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과 에티하드 항공, 카타르 국영 항공사인 카타르항공 등의 중동 항공사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미리트항공은 지난 2일 이라크 바스라를 취항하기 시작했다. 제네바와 코펜하겐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번째 신규취항 결정이다. 이 항공사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초로 세네갈 다카르에 취항하는 등 5개 노선을 추가, 무서운 속도로 취항지를 늘려가고 있다.
카타르항공도 지난해 10월부터 부다페스트, 브뤼셀 등 6개 취항지를 신규 취항했고, 에티하드항공도 올해 파리, 맨체스터, 베이징 등 7개 도시 항공편을 대대적으로 증편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설립됐거나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이들 항공사의 취항지는 이미 60~100여개 도시에 이른다.
국내 항공업계가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 항공사의 취항지에 지중해의 몰타와 나르나카, 인도양의 세이셀 등 기존에 가기 힘들었던 곳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항편이 아니고, 두바이 등을 경유해 가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국내에 취항중인 항공사들을 바짝 긴장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대형 이벤트도 주목 대상이다. 중동 항공사들은 '구름 위의 호텔'로 불리는 차세대 대형 항공기 A380 등 최신형 항공기를 발빠르게 운항하거나 파격적인 저가의 특별항공권을 수시로 내놓고 있다. 에미리트항공은 최근 음식 재료를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끓이는 진공상태라는 뜻의 '수비드'(sous vide) 기술을 이용한 건강 기내식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서비스 강화 경쟁도 중동 항공사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에선 외국 항공사들을'중동 대 기타'로 분류할 정도"라며"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A380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도 중동 항공사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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