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키 163.5㎝에 몸무게 55.5㎏이었던 서울지역 남자 중학교 2학년생의 평균 체격은 9년 만에 키 165.2㎝, 몸무게 58.6㎏으로 커졌다. 키는 1.7㎝, 몸무게는 3.1㎏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체력은 약해졌다. 2000년 중2 남학생들은 50m를 8초30에 달렸지만 몸집이 커진 2009년의 중2는 8초56으로 느려졌다. 오래달리기(1,600m) 기록도 8분44초에서 9분23초로 39초나 처졌다. 서구식 식습관의 영향으로 몸은 커졌지만 입시로 인한 체육활동 감소로 학생들의 체력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의 ‘2000~2009년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초등 5학년, 중 2학년, 고 2학년의 체격은 2000년과 비교해 키는 2~3㎝, 몸무게는 2~3㎏씩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학생의 경우 초등 5학년은 142.3㎝, 38.6㎏에서 144.5㎝, 41.5㎏으로 커졌고, 고2도 173㎝, 64.7㎏에서 173.4㎝, 67.2㎏으로 체격이 좋아졌다.
여학생 역시 초등 5학년은 142.6㎝, 36.3㎏에서 145.3㎝, 39.6㎏, 중2는 157.1㎝, 48.9㎏에서 158.4㎝, 51.6㎏으로 커졌다. 다만 고2 여학생은 키가 160.4㎝에서 161㎝로 커졌지만 몸무게는 55.4㎏에서 55.3㎏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체력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후퇴했다. 남학생 오래달리기(초등 1,000m, 중고 1,600m)에선 초등5학년이 6분11초에서 6분31초로 20초 느려졌고, 고2도 7분49초에서 8분25초로 36초 뒤졌다. 1,200m를 뛰는 중2 여학생들의 오래달리기 기록은 7분49초에서 8분39초로 무려 50초나 느려졌다.
단거리인 50m 달리기에서도 남학생들은 초등5학년은 0.3초, 중2는 0.26초, 고2는 0.27초 각각 느려졌고, 여학생들도 학교급별로 0.2~0.8초 뒤졌다. 제자리 멀리뛰기에서 초등5학년은 남녀 모두 기록이 3~4㎝ 향상됐으나, 중고생들은 15~20㎝가량 기록이 줄었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에서도 2009년 학생들의 기록이 9년 전만 못했다. 다만 신체 유연성을 측정하는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에서는 여학생들은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남학생들은 초등5학년을 제외하고 중2, 고2는 이전보다 3㎝ 정도 줄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학생들의 운동시간이 줄어들었고, 체력 측정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기록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 체력장이 실시돼 학생들의 기초체력이 입시에 반영됐으나 무리하게 뛰다 학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만점을 받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입은 1994년, 고입은 1997년에 각각 체력장이 폐지됐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