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15일 동반성장 실천 방안의 하나로 우수 협력업체에 대해 판매수수료(유통마진)를 최고 5%포인트 낮춰주기로 했다. 또 백화점측 사유로 매장을 이동할 때 지원하는 인테리어 비용도 늘리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협력사 대표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력회사 초청 컨벤션'을 열어 동반성장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우수 브랜드에 판매수수료를 1~5%포인트 인하하는 것과 점포 리뉴얼이나 개편으로 매장을 옮길 때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보상 범위를 늘린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판매수수료 인하 방안은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다. 입점업체가 분기별로 매출 목표를 초과달성할 경우 백화점이 매장 임대와 판촉ㆍ관리비용 명목으로 얻는 수익의 일부를 해당 업체에게 돌려주겠다는 것. 백화점측은 매장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점포 7곳에서 시작해 다른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준 상품본부장은"매출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지방 점포의 마진 문제에 대한 협력사들의 건의가 가장 많았다"면서"이들 점포에서도 협력회사가 이익을 내도록 하려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지원책은'인테리어 비용 2년 보상제'다. 지금까지는 1년 이내 이동시에만, 그것도 감가상각을 감안해 지원했지만 이번엔 보상 범위를 늘렸다. 1년 이내에 이동할 경우 전액을 보상하고, 2년 이내에 이동할 경우엔 감가상각 보상키로 한 것.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대체로 패션 브랜드 1개를 기준으로 4,000만원 안팎이다.
롯데백화점은 또 2009년 6월부터 운영해온 동반성장 기금을 1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고 기존 3개월이던 무이자 대출 기간을 6개월로 연장키로 했다. 협력회사에 익월 20일에 지급하던 직매입 대금 지급기일도 10일로 앞당겼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의 이날 조치가 입점ㆍ협력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과다한 판매수수료 자체를 인하하려는 노력 없이 사실상의 인센티브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2007년 여름에 한시적으로 매출연동 마진조정제를 실시, 비수기인 6~8월에 매출 목표 초과달성을 독려한 바 있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정말로 협력업체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이라면 고정 판매수수료를 내리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를 정해놓고 수수료 인하 운운하는 건 생색내기용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백화점 상위 3사의 판매수수료는 품목별로 15~40%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의 이날 조치가 정부의 과도한 압박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위원장이 9일 유통업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2분기 내에 판매수수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롯데백화점이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물론 롯데백화점측은 "컨벤션 행사장에서 발표하기 위해 준비해온 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경쟁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도 뭔가 비슷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공정위의 압박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