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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재취업… 코트라의 '삭은 동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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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재취업… 코트라의 '삭은 동아줄'

입력
2011.02.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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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들의 엇박자 행정 때문에 약하고 억울한 저희 같은 구직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면서도 화가 날 따름입니다."

지난달 초 한 중소무역업체에 재취업해 중국 지사장으로 발령받은 김명민(48ㆍ가명)씨는 얼마 전 첫 월급명세서를 받고 분통이 터졌다. 애초 회사가 약속한 월급보다 25%(90만원)나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백화점에서 11년간 해외수출입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대기업 중국마케팅 부서 간부로 4년간 일하다가 지난해 4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명예퇴직한 김씨가 이 회사에 재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코트라의'퇴직전문인력 해외투자기업 채용지원사업' 덕분이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명퇴자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을 연결해주는 사업이었다. 코트라는 지난해 11월 공고를 내 12월 박람회를 통해 채용이 진행됐다.

대기업 간부 시절에 비하면 80% 정도의 월급이지만 반년 이상 실직상태에 있었던 김씨에게 재취업은 오랜 절망 끝에 찾아온 한줄기 빛이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딸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아내가 아르바이트까지 나서야 했던 상황이 안쓰러웠던 김씨는 재취업이 확정되자마자 가족 회식까지 했다. 자축을 겸한 가족 위로의 자리였다.

그러나 김씨 가족의 기쁨이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재취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아 회사가 연봉을 1,000만원 정도 깎아야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전문인력 채용 장려금 제도가 올해 초 갑자기 바뀌어 어쩔 수 없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었다. 지난해까지는 신청자들이 취직하면 자동으로 장려금이 나왔지만, 올해부터는 고용부의 사전심사를 받지 않은 구직자는 취직 후 장려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 1일에 채용된 김씨는 하루 차이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채용만 하면 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코트라의 말만 믿고 김씨를 채용했던 중소업체도 처지가 난감하게 됐다. 이 업체는 장려금만큼의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김씨에게 양해를 구했고, 이미 중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삭감된 임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코트라를 믿고 처음 해외진출 전문가를 뽑았다는 부산의 한 제조업체 인사담당자는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이지만 코트라만 믿고 인력을 채용했는데 한달 만에 말이 바뀐다니 황당하다"며 "채용된 분에게 월급을 깎겠다는 말을 아직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트라의 퇴직인력채용지원사업은 참여업체가 182개에 달하고, 364명이 접수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모두 32명이 재취업의 기쁨을 누렸지만 느닷없는 제도 변경으로 1월 이후 취직해 김씨처럼 불이익을 당한 이가 7명이나 된다. 이중 한 명은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뒤 어렵사리 얻은 직장을 한달 만에 그만뒀다.

코트라는 사업을 홍보하기 전 고용부에 사전 문의 한번 않다가 채용이 모두 끝난 12월 말 고용부의 변경고시를 확인하고서야 뒷수습에 나섰다. 코트라 관계자는 "제도변경을 상세히 챙기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며 "고용창출이라는 좋은 취지를 설명해 피해자들을 대승적으로 구제해줄 방법이 없는지 관련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제도가 변경되자마자 예외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장려금을 부정하게 타가는 업체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지난해 6월과 11월 제도가 변경된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로 냈다"며 "안타깝지만 정부가 제도변경을 개인에게 일일이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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