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9개월의 부인을 살해했다면 범인은 뱃속의 아이까지 포함해 두 명을 죽인 것일까.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은 이와 관련 15일 "태아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형법에 따르면 분만 개시 시점 이전의 태아는 살인의 대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태아를 죽일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경우 낙태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경찰은 "입증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편 A(32)씨가 부인 박모(29)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검안자료를 받는 대로 최종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이르면 이번 주말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해치사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는 수사 초기부터 A씨가 명백히 목을 졸라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상해치사는 죽일 생각 없이 상해만 가할 목적으로 폭행 등을 했다가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적용이 되는 혐의다. 법정 형량도 3년으로 살인(5년 이상)보다 낮다.
경찰은 또 부부싸움 도중 우발적인 살해를 했을 경우 적용이 되는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