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 갈등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과학벨트 입지를 놓고는 충청권과 비(非)충청권,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는 부산 대 비(非)부산 영남권이 사생결단식으로 맞서면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는 "해당 부처가 검토하는 사항"이라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두 국책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근거로 추진됐다. 하지만 공약과 관계 없는 원점에서의 검토 입장을 밝히거나 선정 발표 시점을 늦추면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벨트의 경우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충청권 유치를 약속한 대선공약에 구애 받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자유선진당이 15일 국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촉구대회를 갖는 등 충청권은 연일"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다. 반면 호남권과 대구∙경북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선거구에 과학벨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대선 때 충청권 표를 의식해 공약한 게 원죄이지만 그렇다고 공약을 백지화하는 식의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는 또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3차례나 연기하면서 지역 갈등을 키웠다. 현재 영남권은 부산 가덕도를 희망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을 희망하는 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 등으로 쪼개져 있다.
이처럼 주요 국책사업이 국론 분열을 낳을 수 있는 골칫거리가 됐지만 정작 청와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월5일 특별법 시행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두는 과학벨트위원회가 과학벨트 입지를 결정하게 되고, 국토해양부 입지평가위원회가 3월까지 신공항 입지 평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만 되뇌고 있다. 대신 갈등 조정자 역할을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맡겨 버렸다.
문제는 입지 선정이 이뤄지더라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은 박탈감을 느끼면서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가 갈등 조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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