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위원회 주재한 탄타위젊은 군인들의 대변자 아난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밝힌 군 최고 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이 최고 위원회는 두 차례의 회의를 가진 뒤 각각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 내렸다. 이 최고 위원회는 모하메드 탄타위(76) 국방장관이 주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군 경력 55년의 야전형 군인 출신인 탄타위 장관은 군 최고 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BC 방송은 탄타위 장관이 군 최고 위원회를 앞으로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탄타위 장관은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미국과도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장점이나 고령이라는 점과 무바라크의 '오른팔'이었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점이 약점이다. 탄타위 장관은 1950년대부터 세 차례 중동전과 걸프전 등에 참여해 국민들에게도 신망이 높다고 한다.
사미 아난(63) 육군 참모총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난 총장이 젊은 군인들을 대변하며 친미 성향이 더 강해 미국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 두 명의 군부 핵심 인사는 이집트 사태 발발 이후에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등과 수 차례 통화하면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난 총장은 반부패의 이미지도 갖고 있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어 사실상 최대 야당인 무슬림형제단도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다. 그러나 역시 무바라크 시대의 인물이라는 한계를 함께 갖고 있다.
미 주간 타임은 이 두 사람과 함께 군 출신인 술레이만(75) 부통령과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 등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던 술레이만 부통령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는 한때 제2인자로서 실권을 장악하는 듯 하기도 했고 미국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여전히 군부와 유대를 유지하면서 실권을 나눠 행사하게 될 지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군이 실권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그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바라크에 의해 임명된 그도 실권에서 멀어져 제2의 무바라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베일에 가려졌던 술레이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00년 이집트 정보국 수장을 비밀에 부치던 관행이 깨지면서 언론에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졌다. 1936년 이집트 남부 빈곤 지역 출신인 그는 1955년 카이로 군사학교를 졸업, 군에 입문했고 공군시절 무바라크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1993년부터 정보국 수장이 되면서 '비밀 장관'별명을 얻었고 막후 실력자로 통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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