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설골 부러져 있어 목졸림 가능성"…외부 침입 흔적 없어 남편 혐의 짙어져욕조 안 2곳·욕실 바닥에서도 혈흔 발견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 피해자인 박모(29)씨의 목에서 설골(舌骨)이 부러지는 등 치명적 상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정수리의 상처도 최소 다섯 차례의 가격이 있어야 가능한 상처인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이를 타살을 증명할 핵심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관계자는 11일 "박씨의 시신에 대해 추가로 정밀 검안을 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상처 외에 목둘레에 또 다른 상처를 발견했으며 목 안의 설골은 부러져 있었다"며 "설골 골절은 외압에 의한, 혹은 타인에 의한 질식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즉 경찰은 박씨 목 주위의 상처와 목 안의 골절이 목을 졸린 증거로 보고 있다. 폐쇄회로TV 판독결과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남편 A(32)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시반(숨진 후 생기는 피부의 반점) 등으로, 원래 목 주위에는 (목조름 등)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시신의 사진을 재차 꼼꼼히 살펴 목에도 상처가 있는 걸 확인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서에도 같은 내용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박씨 정수리에 난 1.5㎝의 상처는 적어도 다섯 번 가량 맞은 흔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손된 안방의 침대 스탠드를 주목하고 있다. 망가져 있는데도 가지런히 놓여있는 점으로 미뤄 범인이 흉기로 사용하고 범행을 일부러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추가 현장검증 결과 안방 침대에선 박씨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부부가 고용한 가사도우미를 불러 스탠드의 상태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단독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된 욕실에서는 욕조 안 두 군데, 욕실 바닥 한 군데에서 혈흔이 발견됐다.(그림ㆍ사진 참조) 최초 루미놀(Luminolㆍ혈액반응) 검사에서는 욕실 외의 장소에서는 혈흔을 발견하지 못했다. 혈액 중의 철 성분을 가리는 루미놀 검사는 극소량의 피만 남아 있어도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반응을 한다.
이 같은 증거들을 종합하면 범인이 안방에서 박씨를 폭행한 뒤 욕실로 뒤따라온 박씨를 숨지게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건 당일 A씨의 평소와 다른 행적, 오락가락하는 진술도 의심을 사고 있다. 얼굴과 팔에 난 상처에 대해 "싸웠냐"고 묻는 장인에게 A씨는 "일방적으로 (아내 박씨에게) 당했다"고 답한 반면, 경찰에선 "부엌 찬장 문 모서리에 부딪힌 상처"라고 진술했다.
평소 전화를 하지 않던 A씨가 사건 당일 오전 9시께 장모에게 전화를 해 사실과 달리 "전문의시험 잘 봤다"고 말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A씨의 변호인 임태완 변호사는 "숨진 박씨는 사건 발생 전날 외식을 하며 시험을 잘 못 본 남편을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박씨가 이날 오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시험을 못 봐 걱정이다"라고 말한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증거와 정황을 바탕으로 '박씨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굳히는 한편,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조사한 후 곧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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