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대통령궁 떠나 홍해 휴양지로군부는 긴급회의후 "개혁이행 보증" 사실상 대통령 지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직을 사임했다고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집트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17일만에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현재로선 군부와 술레이만 부통령이 당분간 과도체제를 좌우할 전망이지만 야권과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도 높아 9월 대선을 앞둔 이집트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오후 국영TV에 출연,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집트 공화국대통령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그는 군 최고 위원회에 국가 운영을 위임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외신들은 서방과 이집트 관리를 인용, 무바라크 대통령 가족이 카이로를 떠나 별궁이 있는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로 떠났다고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퇴하자 이날 카이로 타흐리르 장에 모인 시위대는 환호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카이로를 떠난 것은 그가 모든 권력을 넘겼고 군부가 지도력을 확고히 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었다.
이에 앞서 군부는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개혁 약속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겠다. 시위대는 집과 일터로 돌아가라”고 밝혀 무바라크의 명예퇴진을 보장하는 듯한 선언을 했다. 또 “하반기 치러질 대선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보증하겠다”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따라서 군부가 사전에 무바라크 대통령과 입장을 조율한 뒤 권력 이양 시나리오를 진행해 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야권에서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아무르 무사 아랍국가연맹 사무총장, 무슬림형제단 대표 등이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치열한 세 대결이 예상된다.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이 임박했다는 예상을 깨고 10일 밤 대국민연설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9월까지는) 자리를 고수하겠다”고 즉각 퇴진을 거부했었다. 그는 또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점진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는 더 신뢰할만하고, 구체적이며, 분명한 민주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고 비판했다. 따라서 미국의 민주화 압박도 무바라크 퇴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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