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달 쉬어가면서 경기와 물가 등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게 금리결정권자들의 인식. 이에 따라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물가가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도 금리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대내외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아직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금리를 두 달 연달아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 단 한 차례 뿐. 공격적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늘어나는 가계 부채에 짐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국내 경기는 수출과 내수가 다 같이 늘어나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구제역, 이집트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금통위 내에서도 인상과 동결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걸로 전해진다. 이날 금리 동결도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제 관심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다. 금통위 회의 뒤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며 금리를 인상했던 지난 달과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한 달 쉬어가는 것일 뿐, 금리 인상 기조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김 총재도 "이번 동결을 금리 정상화로 가는 한국은행의 의지 변화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헛발을 디딜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하지 않을 정도로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물가상승 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확대되는 양상. 한은이 이날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하면서 2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 소비자물가도 1월 4.1%를 기록한 데 이어 당분간 4% 안팎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집트사태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다거나, 유럽쪽에서 재정위기가 다시 폭발한다거나, 대형 악재만 돌출하지 않으면 내달 인상은 확실해 보인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파른 물가상승 기조를 감안할 때 한 달 정도 추이를 지켜보고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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