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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때문에 못살아"·"감독 없이는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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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때문에 못살아"·"감독 없이는 못살아"

입력
2011.02.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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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극단적 상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사정은 정반대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3년간 한 팀에서만 사령탑을 지킨 감독이 선수와의 불화 끝에 옷을 벗었다. 반면 캐나다 여자축구에서는 선수들이 "우리 감독님이 아니면 월드컵에 안 나가겠다"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하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NBA 유타 재즈의 제리 슬로언(69ㆍ미국) 감독은 11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이제 물러날 시간이 왔다"면서 사임을 알렸다. 슬로언은 1988년 처음 지휘봉을 잡아 올시즌까지 유타에만 머물며 통산 1,221승(803패)을 쌓았다. 감독 다승 3위에 올라있고, 한 팀에서만 1,000승 이상 올린 감독은 슬로언뿐이다.

4대 프로 스포츠(농구, 풋볼, 야구, 하키)를 통틀어 한 팀 집권 최장 기록도 슬로언이 갖고 있다. 우승 없이 준우승 두 차례가 전부지만, 7차례 디비전 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등 유타가 강팀으로 각인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타는 올시즌 31승23패로 서부콘퍼런스 북서부 디비전 2위를 달리고 있다.

명예의 전당까지 오른 거장의 사임 발표에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는 "제리 슬로언이 곧 유타 재즈 자체였는데…. 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트위터 글로 충격을 표현했다. 더 큰 충격은 슬로언의 사임이 유타의 포인트가드 데론 윌리엄스와의 불협화음 탓이라는 사실이다. 야후 스포츠에 따르면 슬로언과 윌리엄스는 10일 시카고 불스전 하프타임 때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슬로언과 팀 간판 윌리엄스는 그동안 팀 작전을 두고 마찰이 심했다. 더욱이 구단 수뇌부가 감독보다 윌리엄스에 호의적인 분위기라 슬로언으로서는 구단에 대한 섭섭함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윌리엄스는 내년 여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그러나 이미 유타에서 무서울 게 없는 윌리엄스다.

슬로언의 사임 배경이 NBA 전체를 뒤숭숭하게 만든 가운데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FIFA 랭킹 9위) 선수들은 감독의 유임을 걸고 월드컵 보이콧 움직임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팀 주장 크리스틴 싱클레어는 11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가르쳐 줬다. 우리는 전적으로 감독님을 존경한다. 보이콧은 계속 그와 함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대표팀 감독인 캐롤리나 모라체(47ㆍ이탈리아)는 2009년 2월 대표팀을 맡기 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C1(3부 리그)에서 유일한 여자 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 대표팀을 지휘하면서도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으나 부실한 대표팀 지원에 불만을 품고 최근 협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독일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7월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이에 선수들은 월드컵 불참 선언으로 맞서는 한편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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