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지역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 가운데 고교선택제를 통해 주소지가 아닌 타 학군 학교에 지원한 학생수가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건 일단 좋은 소식이다. 학교교육의 질이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그만큼 해소됐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선택제가 없어져도 될 만큼 학교 선호가 지역에 좌우되지 않도록 정책을 계속 보강할 필요가 있다.
서울 고교선택제는 지난해 도입할 때부터 강남학군(강남ㆍ서초) 등에 대한 기타 지역 거주 학생들의 진학 희망을 풀어주려는 목적이 컸다. 희망 자체가 학습여건의 지역차에 관한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만큼 그런 우려를 없애는 정책이 원칙이지만, 우선 학군을 일부 개방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교선택제는 일반고(후기 일반전형)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서울 전역에서 2개교를 선지원하게 해 정원의 20%를 1단계로 먼저 뽑도록 했다. 타학군 지원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0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타 학군 고교 지원자는 전체 후기고 일반배정 대상자 8만2,300명의 10.3%인 8,47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만2,824명보다 무려 34%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지역 명문고로 꼽혔던 25개교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자사고를 선택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최상위권이 아닌 경우 섣불리 강남학군을 선택했다간 내신만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통학거리나 사교육 등을 감안한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이면에선 여전히 지역 선호도가 강력히 작용하고 있는 게 문제다. 특히 올해 타 학군 고교선택에서 경쟁률 1~3위였던 강남, 북부, 강서학군은 모두 '학원클러스터'가 형성된 지역이다. 우리가 교육의 '강남 쏠림'을 반대하는 것은 학교의 기계적 평준화를 지향하자는 게 아니라, 학원 같은 학습인프라의 쏠림이 학업여건의 지역차를 낳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대문이나 중구에도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등장하려면 이 지역에 좋은 학원이 다시 들어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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