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평등권과 보통선거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2009년 2월에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부터 재외국민선거가 실시된다. 재외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국가기관 구성에 참여할 헌법적 권리가 있다. 재외국민선거는 세계화 시대에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처럼 뜻 깊은 재외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정비와 함께 불법선거운동 등 선거범죄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외국민은 240만여 명으로 이들의 선거 참여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국외 선거운동 방법을 인터넷 정보통신망 전화 등에 국한하고 단체의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으나, 선거 범죄는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선거에서의 선거 범죄는 주로 국외에서 발생하고 외국인이 관련될 가능성이 있어 대한민국 주권과 형사사법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
우리 경찰이나 검사가 국외에서 선거 범죄를 단속하고 수사하는 것은 외국의 주권 행사와 충돌되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관위원과 직원에게 관계인에 대한 질문ㆍ조사와 자료제출 요구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해당 외국의 승인 없이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러한 선거 범죄에 대하여는 국제 형사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법으로 정하는 선거 범죄의 내용이 다르고, 선거 범죄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어 한계가 있다.
영사 조사, 우편이나 이메일을 통한 조사, 녹음물ㆍ영상녹화물ㆍ사진을 통한 증거수집 역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있어야 하고 강제 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법정에서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실효적 대책이 못 된다. 현재로는 재외 선거범죄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재외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첫째, 해당 외국의 승인이나 협조를 받아 선거관리 기구나 외교 영사가 국외 선거범죄를 단속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재외선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영사 조사의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독일의 '영사의 권한과 임무에 관한 법률'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선거관리 기구의 인적ㆍ물적 지원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선관위는 내년 총선 관리를 위해 재외공관 26곳에 직원 55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는 선거관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선거범죄 예방과 단속을 담당하는 직원과 조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넷째, 선거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여 선거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재외국민에게 정치적 쟁점, 정당 정책, 후보자 정보 등을 충분하고 정확하게 제공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과 선거 결과가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거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여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처음 실시하는 재외선거가 재외국민의 적극적 정치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국민 주권을 실질화하고 국가 공동체의 통합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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