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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중혁명과 쿠데타 갈림길에 선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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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중혁명과 쿠데타 갈림길에 선 이집트

입력
2011.02.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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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민중 혁명과 군부 쿠데타의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더 정확히는, 30년 독재 종식을 외치는 민중과 완고한 무바라크 정권이 대치하는 상태를 군이 나서 해결하는 길로 갈 공산이 더욱 커졌다. 짐짓 중립을 지키던 군부의 전면 개입은 독재 붕괴와 체제수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주목한 이집트의 역사적인 민중 봉기는 결국 민중세력과 군이 과도기 권력을 공유하는'절반의 혁명'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우리 시각 어제 새벽 대국민 연설에서 안팎의 퇴진 압력을 뿌리쳤다. 그는 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개혁 일정을 제시했으나, 9월 대통령 선거 전의 사임은 단호히 거부했다. 무바라크는 17일째 이어진 민중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면서, 어떤 외부 간섭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도발적 연설은 민중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그에 앞서 총리와 집권당 대표, 군 수뇌와 미 CIA 국장 등이 무바라크의 하야를 예고, 기대를 부풀렸다. 특히 국방장관이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는'성명 1호'에서 "조국과 위대한 국민의 성취와 열망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쿠데타 선언으로 풀이됐다.

민중의 환호를 탄식으로 바꾼 무바라크의 연설에 유혈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반정부 세력이'100만 시위'를 예고한 주말이 고비다. 그러나 오래도록 미국의 군사원조로 배를 불린 군부의 자세와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 비춰 군이 강경 진압에 나서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이 촉구했듯, 국가 수호를 명분으로 사태를 장악하고 '질서 있는 이행'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급격한 체제 전환과 기득권 질서 붕괴를 막아 군과 미국의 이익을 돌보는 길이다. 무바라크의 퇴진 후 안녕에도 이롭다. 중동의 중심국 이집트의 민중 혁명은 애초 튀니지 등 작은 나라와는 안팎 여건이 다르다. 억눌린 민중의 민주화 열망과 힘을 과시한'미완의 혁명'이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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