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다시 내놓은 전ㆍ월세 시장 안정대책은 어느 때보다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주택시장의 성격상 단기에 특효약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사업 요건 완화를 통한 매매시장 활성화와 임대시장 물량 확대는 그나마 방향을 잘 잡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 시장의 이상 조짐을 과소평가해 정책의 시기를 놓친 데다 찔끔찔끔 나온 내용도 늘 시장에 끌려 다닌 까닭에 약효를 장담하기 어렵다. 전ㆍ월세 대란은 잘못된 정책 판단의 결과임을 정부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2ㆍ11 대책의 골자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서민층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한도를 8,000만원으로 올리고 금리도 4%로 낮추며 전세자금 대출보증도 7조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전세난민을 위한 수요쪽 대안이다. 둘째는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완화하고 종부세 비과세, 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미분양을 줄이면서 전ㆍ월세 물량도 늘리는 공급쪽 유인이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으나 시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나름대로 짜낼 수 있는 것은 다 짜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왜 진작에 고강도 조치를 취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전세대란의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하향안정세의 주택가격, 매매지연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며 8ㆍ29 대책 외에 추가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들어 전세난이 사회 불안요인으로 떠오르자 1월 중순 급조한 대책을 내놓고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손을 놓았다.
따라서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대책은 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정책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두 번이나 말을 뒤집고 심지어 장관이 "이제 내 서랍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으니 말이다. 정치권이 제시한 현장의 우려를 정책부처가 책상머리에 앉아 그냥 흘려 들은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 더 내놓을 카드도 없으니 이번 처방마저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백히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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