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로 경제성장의 질적 돌파구가 절실했던 우리나라는 당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생산성 향상을 보이던 일본을 배우기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을 파견했다. 그 때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연구부장으로 있던 필자는 조사단 간사위원을 맡아 일본행에 올랐다. 81년 1월, 30년 전 일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한 발 앞선 나라가 있었다. 더 많은 수의 중국 조사단이 일본의 높은 생산성 향상 현장을 샅샅이 살펴보고 돌아간 것이다. 일본 생산성본부에서 중국 조사단에 “왜 이렇게 열심히 일본을 배우려 하느나”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묻지 말고, 우리가 보고 배우고 싶은 것을 좀 보여 달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중국의 변화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중국이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의 성공 현장, 특히 생산성 향상 비결을 보고 배운들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넘어서는 세계 2위가 됐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계 경제질서까지 재편한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사고와 방법을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 아는 것 같지만 우린 생산성과 친해지기 위해 별 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생산성은 우리의 친구이고, 애인이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을 더 오르게 하고 싶은 마음과 열정이 불타 오르게 된다. 그래야 더 나은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이 뒤따르게 되고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
특히 본연에 충실하고 이를 존중함으로써 열정을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실현시켜는 ‘인간 존중의 생산성 운동’이 필요하다. 자유와 자율, 창의와 혁신, 고용증대와 안정, 신뢰의 노사관계 등을 생산성 향상으로 실현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3위에 불과하다. 투입요소 의존형 성장 체질에서 탈피, 선진 경제와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 인간존중 생산성은 필수이고 시대적 책무다.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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