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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근혜 대세론' 흔들기

입력
2011.02.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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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이계의 '박근혜 대세론' 흔들기가 본격화했다. 한동안 '견제' 수준에 머물던 것이 8ㆍ9일 '개헌의총'을 고비로 직접적 공세로 바뀌었다. 그 중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제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하는 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고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언뜻 그의 비난은 개헌문제로 각을 세워보려던 뜻이 무반응으로 일관한 박 전 대표측의 전략에 말려 무산된 데 따른 신경질로 비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원사격까지 받은 개헌의총이 일그러졌으니, 이 대통령에게 미안해서라도 화를 낼 법하다.

그러나 이를 신경질로 여겨서는 그의 정치 실력과 판단 능력에 대한 과소평가이기 십상이다. 재야 운동권에서 어려운 시절을 헤쳐온 데다 초선 의원 때 '3선급' 소리를 들었던 현실정치 경력도 벌써 4선이다. 그의 판단력과 조직력은 처음 현저한 열세였던 이 대통령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세우고, 선거에서 승리하게 한 2007년에 충분히 확인됐다. 소탈한 웃음 뒤에 칼날을 숨긴 소리장도(笑裏藏刀), 텅 비어 보이는 겉 모습과 달리 속이 꽉 찬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정치로는 가히 여당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집요하고 조직적인 공세

그런 그가 국민적 무관심은 물론이고, 이를 명분으로 삼은 친박계의 대응전략과 그에 따른 개헌의총의 실패를 짐작하지 못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박 전 대표에 대한 그의 비난이 즉흥적 신경질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어느 정도 계산된 순서에 따라 앞으로 한층 집요한 공세가 펼쳐지리란 전망을 짙게 한다.

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정치적 위상 때문에 적극적 정치행위를 자제해 온 이 장관이 공세의 선두에 나선 것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안상수 대표나 정몽준 전 대표가 이끌어도 충분할 논의다. 친이계 수장으로서 구심력 발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유사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지를 '동원 점검'해 본 것이 이번 개헌의총의 실상일지도 모른다. 개헌의총 실패에도 불구한 그의 자신감이 그 때문일 수 있다.

친이계의 전략 목표는 분명하다. 박 전 대표의 돌출한 지지도가 이대로 가다가는 요지부동으로 굳어져 뒤늦게 이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비칠 지경이 되지 않도록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기간이 올해뿐인데도 개헌논의 등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큰 쟁점을 꺼내 드는 모순된 행동에서 그런 인식이 드러난다. 개헌논의와 관련, "연말이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이 장관의 자신도 연말이면 '박근혜 대세론'의 파탄 여부가 결정되리란 말로 들린다. 그때까지 가랑비에 옷이 젖듯, 당장은 표가 나지 않아도 끊임없는 흠집내기로 대세론을 조금씩 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세론의 동요는 다른 예비 주자들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할 수 있지만, 애써 판을 흔들어 엉뚱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는 게 친이계, 특히 이 장관의 생각이기 어렵다. 이제는 자신이 선두에 서서 인지도 상승을 꾀해야 하고, 박 전 대표와 함께 다른 예비 주자들도 견제할 필요가 있어서 전면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오 대망론 전주곡?

실은 4ㆍ27 재보선 분당 을에 정운찬 전 총리를 내세우자는 여당 일각의 움직임도 이 장관의 정치 의욕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 전 총리를 진정으로 박 전 대표를 대체할 주자로 키우겠다면 이런 쉬운 싸움에 나서게 할 게 아니다. 그런 싸움에서 이긴다고 그의 최대 정치적 약점인 전투력 부족이 메워질 수 없다. 따라서 전략공천 논란은 강재섭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한꺼번에 정치 변방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고려한 것이기 쉽다.

여당 친이계의 움직임은 오랫동안 검토됐다는 '이재오 대망론'과 닿는다. 특정 정치세력의 주관적 인식은 구경꾼이 관여할 바 아니다. 다만 이 장관이 하루빨리 안개 밖으로 나와야 관전하기가 편해진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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