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을 의심치 않았던 KTX의 탈선이 철도망을 일순간에 마비시켰다. 사고 열차 승객들은 도보로 탈출한 뒤에도 대체 교통편 찾기 전쟁을 벌였고, KTX가 사고구간을 피해 경부선로로 우회하며 수원역과 서울역 등까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1일 KTX가 광명역에 도착하기 300여m 전 일직터널에서 선로를 이탈해 멈추자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어두운 터널을 걸어서 빠져 나왔다. 이들과 함께 광명역에서 KTX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환불 뒤 부랴부랴 다른 교통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사고 열차의 후속 KTX 승객들도 곤욕을 치렀다. 서울행 후속열차가 천안아산역까지 회차해 승객들은 새마을호 입석열차로 갈아타고 서울에 2~3시간 늦게 도착했다. 이마저도 타지 못한 승객들은 천안역까지 이동해 경부선 열차나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며 몇 시간 동안 철로 위에서 허비했다. 한 승객은 “천안아산역에서는 어떻게 서울로 가야 하는지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다”며 매끄럽지 못한 코레일의 상황대처를 지적했다.
코레일이 KTX를 고속철도 전용선이 아닌 기존 경부선로로 우회시켜 수원역에 세우자 광명역으로 가려던 승객들 역시 혼란을 겪었고, 서울역에서도 상하행선 열차 운행이 잇따라 지연돼 불만이 폭주했다. 서울역 승객들은 KTX가 예정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자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로 갈아타기 위해 표를 바꾸거나 환불을 요구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승차권 자동발매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이 서울역 1층 로비를 가득 메우고 줄을 서는 소동도 빚어졌다. 최모(41)씨는 “대구에 약속이 있는데 사고 탓에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하게 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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