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소문사설, 조선의 실용지식 연구노트' 숙종 임금께서 병이 깊어 새 온돌을 깔아드렸더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소문사설, 조선의 실용지식 연구노트' 숙종 임금께서 병이 깊어 새 온돌을 깔아드렸더니…

입력
2011.02.11 05:15
0 0

소문사설, 조선의 실용지식 연구노트/이시필 지음ㆍ백승호 부유섭 장유승 옮김/휴머니스트 발행ㆍ276쪽ㆍ1만4,000원

"남쪽 지방 사람들은 흔히 덫을 놓거나 함정을 빠뜨려서 잡는다. 암컷 코끼리를 미끼로 유혹해서 잡기도 한다. 먹을 것을 주어 친숙해지면 오랜 뒤에는 점점 사람 말을 알아듣게 된다."

숙종의 어의였던 이시필(1657~1724)이 <소문사설> 에 적어 놓은 코끼리 잡는 법이다. 18세기 생활문화 백과사전 격인 이 책을 백승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교 등 젊은 학자들이 쉬운 우리말로 바꿔서 펴냈다.

국왕의 병을 치료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갖가지 지식과 기술을 정리해 묶어 놓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은 마지막 부분인 4장의 제법(諸法)편, 즉 다양한 과학적 지식의 활용법이다.

그 중 압권은 '쇠를 금으로 만드는 법'인데 책은 "촉(蜀) 땅에는 투산근(透山根)이 있는데, 풀은 궁궁이 싹과 비슷하며, 쇠를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약을 캐다 잘못하여 이 풀을 베었는데 칼이 금으로 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원숭이 길들이는 법은 흥미롭지만 조금 잔인하다. 이시필은 "성질이 조급하고 가축을 해치는 놈이 있으면 말뚝 위에 올려놓고 채찍으로 때린다. 열흘에서 한 달쯤 지나면 길들여진다"고 썼다. 오늘날 같으면 동물학대로 지탄받을 일이다. "암컷 코끼리로 유혹해서 잡는다"고 한 코끼리 잡는 법과는 반대의 방법인 셈이다.

그렇다고 책이 신변잡기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1장 전항식(甎炕式ㆍ벽돌로 만드는 새로운 온돌 제작법)편은 직화 방식 온돌, 풀무식 온돌 등 벽돌을 사용한 새로운 온돌 제작법을 다루고 있다. 이는 숙종의 병이 깊어지자 열효율이 좋은 온돌이 필요해 이이명의 책 <전항식> 에 따라 온돌을 만들고 그 결과를 옮겨 적은 것이다. 옮긴 이들은 이 부분에 포함된 그림도면을 그래픽 일러스트로 바꿔 독자의 이해를 편하게 했다.

2장 이기용(利器用ㆍ생활도구 제작법)편은 물고기 잡는 칼, 기름 짜는 기구, 곡식 빻는 기구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3장 식치방(食治方ㆍ음식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법)편은 신선로 붕어죽 식혜 등 임금의 몸보신을 위한 음식 조리법이다.

책에서는 이시필이 의관 및 역관의 자격으로 수차례 중국을 왕래하며 당시 조선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도입하려 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정신이 읽힌다. 이는 당시 사대부들이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접했지만 여전히 대명의리론(大明義理論)에 얽매였던 것과 다르다. 1678년 의과에 합격한 그는 1694, 1711, 1716, 1717년 등 최소 4차례 중국을 다녀왔다.

한글병기로 써 중인 이하 하층민도 독자로 감안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책 제목 <소문사설> 은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저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