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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무살, 정의를 말하다' 당신이 믿는 정의가 진짜 정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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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무살, 정의를 말하다' 당신이 믿는 정의가 진짜 정의일까

입력
2011.02.1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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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정의를 말하다/ 고재석 지음/ 미다스북스 발행·288쪽·1만3000원

제목 맛을 살리려 깎아 먹었을 나이(저자는 실제 스물 다섯 살이다)나 벌써 식상해졌지만 어쨌든 시대의 화두인 정의를 조합한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한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펼치는 정의론은 어떤 모양새일까. 더러는 설익은 논리나 문장이 눈에 띄지만 위 세대가 20대에 가질 법한 편견을 날려 줄,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는 젊은 논객의 등장이 반갑다.

저자는 알리바이 폭력 콤플렉스 달인 등 10가지 프레임을 동원해 현재진행형인 다양한 사건과 이슈들에 응축된 한국 사회의 위선과 허울을 헤집는다. 인터넷에도 글발 뛰어난 젊은 논객들은 많지만 엄청난 다독과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저자의 재기발랄함은 단연 돋보인다.

저자는 잘 나가던 대중 스타를 매장시켜 버린 '타진요'식 정의나 제자와의 불륜을 저지른 여교사 등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이들의 신상 털이에 동원된 정의를 해부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불러낸다. "황제보다는 사치스런 악녀를 알리바이로 삼는 것이 혁명기 대중들에게 위안이 되었"듯이 타블로 등도 이 시대 정의의 깃발을 든 이들에겐 만만한 제물이었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에 상처 같지도 않은 상처를 가하는 이들"에겐 냉혹하면서 정작 "정의로운 사회를 파괴에 가깝게 내몰아치는" 권력과 재벌의 비리는 술자리 안주로만 삼는 절름발이 정의일 뿐이다. 저자는 나아가 진정한 정의를 위해서는 '정의감이 낳은 폭력'이라는 아이러니, 즉 "스스로의 도덕성과 정의감을 확신하는 폭력이야말로 가장 무시무시한 폭력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소위 매 값으로 2,000만원을 주고 노동자를 폭행한 최철원 사건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최철원의 깡패 짓을 두고 "돈으로 폭력도 살 수 있다는 비뚤어진 인식"이라 일갈하고 마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라고 지적한다. 등록금 80만원이 모자라 제적 위기에 몰리며 자존감에 큰 상처를 겪었다는 저자는 최철원 사건에서 "마지막 보루로서 사회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돈의 폭력이 그 사회 구성원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몰고온다"는 교훈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현상 등 정치적 이슈, '슈퍼스타K'의 히어로 허각 신드롬을 비롯한 문화현상 등도 폭넓게 다룬다. 인문학을 단편적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감수성의 무기로 삼기를 바란다는 저자는 각 장마다 주제와 관련된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친절도 잊지 않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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