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남편 A(32)씨가 범행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부부싸움 흔적 등을 고의로 지운 것으로 보고, 특히 이 과정에서 외부인의 조력을 받았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14일 A씨가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나갔다고 진술한 오전 6시40분 이전 시간대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시간대에 A씨가 부부싸움을 하다 부인 박모(29)씨를 살해했을 개연성이 크며, 범행 후 증거 인멸과 알리바이 마련 등을 위해 외부인과 상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 몸의 상처와 옷에 묻은 혈흔, 숨진 박씨의 몸과 얼굴의 멍 자국과 목의 상처 등 부부싸움 흔적에 비해 집안이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같이 추정하고 있다. 지난 10일 추가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의 하나인 안방의 깨진 스탠드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부부싸움 중 안방에 있던 스탠드로 박씨의 머리를 최소 5차례 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외부침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론 취침 시각을 오후 11시, 새벽 1시, 3시로 달리 말하는 등 진술을 여러 번 바꿨다"며 잦은 진술 변경도 증거인멸의 우려를 높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몸의 상처는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 때문에 긁어 생긴 것으로 부부싸움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최근 2년간 A씨의 피부과 진료 내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 이를 조만간 재신청할 구속영장에 추가로 포함시킬 예정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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