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사태 주역 3인방(라응찬 전 지주회장, 신상훈 전 지주사장, 이백순 전 행장)이 모두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게 됐다. 5개월 넘게 끌 온 경영진 내분 사태가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싸움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등기이사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14일 신한금융 특별위원회가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회장으로 내정한 뒤 열린 임시 이사회 자리. 신 전 사장의 경우 등기이사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는 만큼, 3인방 모두 현직은 물론 등기이사직에서까지 물러나게 된 것이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이미 현직에서는 사퇴했지만, 상법상 등기이사 직은 각각 2년(라 전 회장), 1년(이 전 행장)씩 남겨두고 있었던 상황. 새로운 경영진 구성 이후에도 등기이사직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듯 두 사람이 즉각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은행 안팎의 거센 사퇴 압력에 굴복한 결과로 보인다. 금융당국 한 당국자는 "전적으로 신한측이 알아서 할 문제"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ㆍ현 경영진이 모두 등기이사 직을 유지한다면 현 경영진의 행보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냐"며 우회적으로 퇴진을 압박했다. 신한금융 노조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신한금융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지주회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3인방 외에 이사진에도 상당폭 물갈이가 예상된다. 한동우 지주회장 내정자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자연스레 이들의 등기이사직을 물려받게 된 상황. 여기에 라 전 회장 사퇴 이후 신한금융을 이끌어 온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도 3월 사내이사 임기를 종료하며,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수장 역할을 맡아 온 정행남 사외이사 역시 5년의 임기을 채워 이번 주총에서 물러나게 된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김병일 사외이사도 이사직 사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